일본에서는 아직도 “이제껏 한번도 주식을 사본 적이 없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은행장이나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게 신조”라며 자신의 도덕성을 과시하려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보다도 주식투자에 대해 더 보수적인 나라이지요.
이런 일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일본은 올해부터 중학교 공민(公民) 교과서에서 ‘시장경제의 구체적 예’로 주식시장에 대해 상세히 가르친답니다.
일본증권업협회 투자신탁업회 증권거래소 등 3개 단체가 95년부터 꾸준히 교과과정에 주식교육을 포함하도록 건의한 게 결실을 거뒀습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중대한 의식의 변화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실사구시(實事求是)’에 투철한 미국은 한 걸음 더 나가 있습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정부가 금융문맹(金融文盲·Financial Illiteracy)을 퇴치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고 보도했습니다.
폴 오닐 재무장관은 “학교가 금융교육을 가장 효율적으로 시킬 수 있는 곳”이라며 “금융교육을 국어나 수학처럼 정식 교과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답니다. 곧 재무부 안에 경제교육국도 신설한다더군요. 교육부도 금융교육을 위해 설립된 한 비영리단체에 25만달러를 기부하기로 하는 등 어린이들의 생활 속 금융 지식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이런 트렌드에서 한참이나 뒤진 느낌입니다. 지난해 인천대 가정관리학과 성영애 교수 등이 발표한 ‘아동소비자의 화폐관리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금융교육은 사실상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등학교 교과과정 가운데 화폐관리 교육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은 4학년 실과 교과에서 ‘학용품 고르기 및 관리하기’와 ‘용돈출납부 적기’가 전부라는 지적입니다. 사회 과목은 경제학 원론을 쉽게 풀어쓴 형식인데다 5학년 때 ‘화폐 및 금융기관의 구실과 이용’을 다루고 있을 뿐입니다.
국민은행연구소도 국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사회와 경제 교과서를 분석한 뒤 “경제 교육이 입시 위주로 용어 암기에 그치고 있다”며 “미국의 교과가 평생 재무계획 과정(Life-time Financial Plan)에 중점을 두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2004년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 주식투자와 개인 신용관리 등의 내용을 수록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재테크 교육이 정식 교과과정에 어떻게 담길 것인지 주목할 일입니다.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