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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포스트시즌은 ‘용병들의 잔치’

입력 | 2002-10-22 17:27:00



98년 외국인 선수제도가 한국 프로야구에 도입된 이후 포스트시즌은 매년 용병들의 잔치였다. 드라마틱한 홈런이나 기억에 남을 만한 역전포 등은 늘 용병 타자들의 차지.

첫 해부터 그랬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LG 스위치타자 펠릭스는 역전 3점홈런으로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다.

99년엔 롯데의 ‘수입 갈매기’ 호세가 이름을 날렸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9회말 2사후 터진 역전 3점홈런. 삼성 임창용으로부터 빼앗아낸 이 홈런은 국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역사상 가장 극적인 홈런으로 손꼽힌다.

현대 퀸란은 2000년의 주인공이었다. 현대가 3연승한뒤 두산이 3연승해 맞붙은 최종 7차전. 퀸란은 2-2 동점에서 결승 3점아치를 수원구장 밤하늘에 그리며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등극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선 두산의 ‘흑곰’ 우즈가 ‘별중의 별’. 우즈는 6경기에서 타율 0.391(23타수 9안타)에 한국시리즈 최다인 4홈런을 뿜어내 우승과 함께 MVP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올 시즌에도 용병들의 기세는 여전하다.

21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에선 LG의 마르티네스가 결승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그는 삼성에서 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400(25타수 10안타)으로 팀내 최고성적을 거뒀던 ‘포스트시즌의 사나이’.

포스트시즌마다 용병들이 펄펄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량도 기량이겠지만 중요한 건 용병들이 매년 재계약을 새로 하기 때문에 의욕이 남다르다는 점이다.‘정처없는 떠돌이’ 신세인 외국인 선수들은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이 다음 시즌 재계약과 직결된다. 한국에 잔류해 더 많은 돈을 챙기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뛸 수 밖에 없다.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으로 얻을 수 있는 ‘가욋돈’이 짭짤한 것도 눈을 부릅뜨는 이유 가운데 하나. 여기에 포스트시즌이 주는 중압감으로 주눅이 드는 국내 선수들과 달리 배짱이 두둑하고 야구를 즐기는 스타일이라는 점도 승부처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유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