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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e슈퍼 손님 갈수록 늘어

입력 | 2002-10-22 17:45:00

가정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간단히 장보기를 마칠 수 있는 e슈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매장별로 e슈퍼를 열고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 현대백화점


지난해 7월 세계 인터넷 업계에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수억달러의 투자를 끌어들이며 승승장구하던 미국의 인터넷 슈퍼마켓(e슈퍼) ‘웹밴’이 파산한 것.

1999년 설립된 웹밴은 인터넷에서 식료품을 24시간 주문받아 배달하는 e슈퍼 사업을 벌여 한때 주가가 주당 24달러를 넘을 만큼 잘 나가는 인터넷 기업이었다. 웹밴은 경쟁 e슈퍼인 ‘HomeGrocer.com’을 12억달러에 인수하고 미국 전역에 물류(物流) 시설을 짓는 데 10억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파산하고 말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하임 멘델슨 교수는 “잘 나가던 e슈퍼 웹밴이 무너진 것은 엄청난 물류 투자비 때문”이라며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e슈퍼에 진출하면 물류 시설비를 줄일 수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내 유통업체 가운데는 웹밴의 몰락을 교훈 삼아 ‘e슈퍼’ 성공 신화를 일구는 곳이 적지 않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신(新)경제의 환상에서 벗어나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시너지효과와 수익모델에 눈을 돌린 것.

▽e슈퍼의 새로운 도전〓현대백화점은 이달 15일 서울 목동점에 11번째 e슈퍼를 열고 “서울 지역의 90% 정도에서 e슈퍼를 이용할 수 있다”며 e슈퍼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현대백화점 이상원 부장은 “e슈퍼는 2∼3시간 걸리는 장보기를 10분이면 끝낼 수 있고 1∼3시간 내에 물건을 받을 수 있어 맞벌이 주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며 “e슈퍼를 연 뒤 점포별로 매출이 1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LG유통도 18일 LG슈퍼마켓 서울 관악점에 3번째 e슈퍼를 열었다. LG슈퍼마켓 김건 부사장은 “2000년 10월 시작한 e슈퍼가 올 2월부터 흑자로 돌아섰다”며 “내년에는 전국 68개 LG슈퍼마켓 점포를 기반으로 e슈퍼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3월 경기 안산점에 e슈퍼를 연 삼성테스코홈플러스는 9월 서울 영등포점 e슈퍼를 추가로 열고 2005년까지는 모든 점포에 e슈퍼를 둘 계획.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3월)과 롯데닷컴(8월)도 잇달아 e슈퍼 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닷컴의 e슈퍼인 e그린마켓은 롯데백화점 슈퍼와 연계해 당일 배송체제를 갖출 계획. 농협 e하나로클럽은 기업간 전자상거래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시너지 효과와 신뢰마케팅〓국내 e슈퍼가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데는 잘 갖춰진 오프라인 매장과 물류시설이 큰 역할을 했다.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

인터넷 장보기에 대한 불신을 깨는 신뢰마케팅도 e슈퍼 성공의 또 다른 원인이다. 삼성홈플러스는 영국의 온라인식품점 테스코닷컴의 노하우를 들여왔다. 상품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주부 사원이 매장에서 직접 인터넷 주문 사항을 확인하고 최상급 물건을 골라 배달하는 것. 대당 가격이 일반 차량에 비해 2배가량 비싼 4000만∼5000만원에 이르는 냉장냉동 차량 8대도 사들였다.

현대 e슈퍼는 고객이 정육(精肉)을 주문하면 최상품을 골라 주문량보다 10% 정도를 더 얹어주는 ‘덤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와 삼성플라자도 인터넷 주문이 들어오면 매장 바이어가 직접 물건을 골라 주부사원에게 배달시켜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

▽e슈퍼의 신화(神話) 이어질까〓신선식품을 주로 파는 e슈퍼는 반품 비율이 낮아 수익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e슈퍼는 2만∼3만원 미만의 소액 주문은 3000∼5000원의 배송료를 받는다. 뒤늦게 배송료를 유료화했다가 주문량이 급감하면서 사세(社勢)가 기울었던 웹밴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삼성테스코 이승한 사장은 “인터넷 서비스는 무조건 공짜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e슈퍼는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합리적인 비용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에 진출한 테스코닷컴의 존 브로와트 사장은 한국 진출 이유를 “영국의 온라인 쇼핑가구는 14만가구에 불과하지만 한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김재문 책임연구원은 “아파트 중심의 국내 거주환경과 정보화 수준을 감안할 때 국내 e슈퍼의 전망은 밝다”며 “배송료와 온라인 장보기에 대한 거부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국내 e슈퍼 현황구분홈페이지시작연도판매 상품수배달지역삼성플라자 분당점인터넷 식품관www.esamsungplaza.co.kr 2000.3 1800종분당, 수지 등 경기일부LG슈퍼마켓 e슈퍼 www.lgsuper.co.kr 2000.10 3000종경기, 서울일부농협 e하나로 클럽shopping.nonghyup.com 2000.11 3600종전국현대백화점 e슈퍼www.ehyundai.com 2001.3 5000종서울 및 경기 일부,부산 인천, 울산삼성홈플러스 e홈플러스www.homeplus.co.kr 2002.3 1만5000종서울 일부(영등포 일대)경기 광명, 안산 등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인터넷식품관food.shinsegae.com 2002.3 2700종서울 일부(강남,서초, 동작, 용산구)롯데닷컴 e그린마트www.lotte.com 2002.8 2000종신선식품은 수도권

E슈퍼 베스트셀러 상품 순위순위현대 e슈퍼롯데 e그린마트삼성홈플러스1쌀쌀쌀2기저귀미나리쑥즙과일3한우사골과일야채4한우불고기꼬리보신세트기저귀5굴비생식한우 정육자료:유통업계

E슈퍼 점포당 일평균 매출 추이  2000 2001 2002현대백화점 e슈퍼  1100만원 2500만원LG유통 e슈퍼250만원 550만원 840만원농협 e하나로마트  1000만원 1200만원삼성 e홈플러스  550만원 700만원

박 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