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디플레이션(Deflation)’ 논쟁이 슬슬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소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주식시장이 계속 살아나지 못하면 개인의 씀씀이가 줄어들고 이 때문에 내년부터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디플레가 오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나라경제가 어려워져 외환위기 이후처럼 실업자가 늘어나고 월급이 깎이는 고통을 다시 겪어야 합니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맡고 있는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이 약간 낮아지기는 하겠지만 디플레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디플레이션이 무슨 뜻인가요.
물가하락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반대말은 인플레이션(Inflation)으로 물가가 올라가는 상태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년 정도 물가하락이 이어져 경기가 침체하는 상태를 디플레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디플레에는 △경기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면서 생기는 순환디플레 △정부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재정긴축(지출을 줄이는 것)과 금융긴축(자금공급을 줄이는 것)을 시행하면서 발생하는 정책디플레 △토지와 주식 등의 자산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소위 거품이 꺼지는 자산디플레 등 세 종류가 있습니다.
일본은 90년대 말부터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장기불황에 빠진 자산디플레의 전형입니다.
-디플레가 왜 안 좋은가요.
경기가 과열돼 시중에 돈이 넘칠 때는 물가가 내려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과거 80년대처럼 매년 경제성장률이 두 자릿수일 때 적용되는 상황입니다. 지금처럼 경제가 매년 5∼6% 성장할 때 디플레는 경기를 가라앉혀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독약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 디플레이션이 온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된 원인은 가계소비 증가입니다. 연 3∼4%의 저금리 체제가 이어지면서 국민의 소비규모가 크게 늘었습니다. 이자가 싸므로 저축을 하느니 차라리 소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또 금리가 떨어지자 이자비용이 줄어 개인들이 은행 보험사 등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삽니다. 가계소비에서 주택관련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90년에는 25.7%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41.1%나 됩니다.
집을 사는 사람이 많으니 당연히 집값과 전세금이 올라가고 집을 한 채라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재산이 늘어났다고 생각해 다시 소비를 늘리는 것이죠. 이런 때 집값의 거품이 빠져 가격이 떨어지면 자산디플레가 올 수 있습니다.
-외국은 어떤가요.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미국의 디플레 가능성입니다. 미국은 세계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데 경제성장률이 떨어져 디플레가 오면 한국은 수출물량이 줄어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도 최근 부동산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개인대출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만약 일본처럼 부동산거품이 꺼지면 개인소비가 위축되고 디플레가 올 수 있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