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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게 이렇군요]한나라의원들 "이회창 앞으로"

입력 | 2002-10-22 19:11:00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가 대구지역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대구=서영수기자


《“자민련 일부 의원들이 무조건 들어오겠다고 했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의원이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하기 전날인 13일.

한나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자민련 의원들과 입당 교섭을 벌이면서 겪고 있는 애로를 이처럼 실토했다.

입당 의사를 밝힌 의원은 여럿 있지만 당내 사정상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이 관계자는 “이들의 영입에 앞서 지역구 문제 등을 미리 정리하지 않으면 당내 분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민련 의원들뿐 아니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민주당 내분으로

진로에 고심중인 민주당의 수도권 출신 의원들을 영입하기 위해

활발히 접촉을 벌이고 있고 Y, L, K 의원 등은 이미 입당 의사까지 확인했지만 한나라당 지도부는 ‘명분’ 때문에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즐거운 고민’의 배경에는 한나라당의 상승세 외에도 거물급인사나 의원을 영입시켜 ‘이회창(李會昌) 대세론’ 굳히기에 기여해야겠다는 당내 인사들의 충성경쟁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자민련 의원 영입을 놓고는 JP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의원 개별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충청권의 김용환(金龍煥) 선대위 공동의장, 강창희(姜昌熙) 최고위원과 ‘JP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른 중진의원들 간에 미묘한 알력까지 빚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복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놓고도 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은 서로 공을 세우기 위해 ‘접촉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자민련 의원 영입을 놓고는 JP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의원 개별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충청권의 김용환(金龍煥) 선대위 공동의장, 강창희(姜昌熙) 최고위원과 ‘JP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른 중진의원들 간에 미묘한 알력까지 빚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복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놓고도 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은 서로 공을 세우기 위해 ‘접촉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를 향한 ‘각개약진’〓이 후보를 향한 ‘눈도장 찍기’ 경쟁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두 차례 열리는 고위선거대책위원회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서청원(徐淸源) 대표와 최고위원 등 선대위원장단 12명이 참석하는 고위선대위의 경우 이 후보가 주재하는 월요일 회의에는 전원이 참석하지만 이 후보가 참석하지 않는 수요일 회의는 참석자수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여기에다 월요일 회의는 수요일에 비해 회의 시간이 통상 30, 40분 이상 길다. 발언권을 얻은 참석자들이 이 후보를 의식, ‘자기과시성’ 보고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최근 “지구당 위원장은 지역구를 지키면서 대선 준비를 하라”는 지침을 일선 지구당에 내려보냈다. 일부 위원장들이 지역구 표밭은 제쳐놓고 이 후보의 행사를 따라다니는 데만 열중하는 행태를 경고한 것이다. 이 후보의 눈에 띄기 위해 중앙당 주변을 맴돌며 지구당 업무는 휴대전화로 처리하는 Y, K씨 등 일부 위원장을 지칭한 ‘휴대전화 지구당’이라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다.

▽총성없는 충성경쟁〓실세 현역의원들 간의 내밀한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현재 경쟁의 중심엔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당내의 공통된 평가다. 정 의원은 정보 수집과 정국 대응 보고서 준비를 위해 7, 8명의 실무자로 구성된 전략기획팀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면서 이 후보를 하루 평균 4, 5번씩 독대하고 있다.

정 의원의 ‘독주’가 계속되자 시샘어린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독점적인 정보보고로 이 후보에게 점수 따는 데만 급급할 뿐, 그 내용을 당 기간조직에 일절 전파해주지 않아 혼선을 빚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을 통한 4억달러 대북지원 의혹을 제기해 주가를 높였던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최근 ‘4억달러 지원의혹’이 사실은 정 의원으로부터 받은 내용이라는 소문이 돌자 발끈한 일이 있다. 엄 의원측은 “5개월간 관련자료를 5번이나 요청하며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인데 왜 정 의원 얘기가 나온단 말이냐”고 흥분했다. 두 의원은 이달 초 부산 의원 모임에서 화해를 했지만,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 및 김무성(金武星) 의원과 권철현(權哲賢) 후보 비서실장 등 ‘부산출신 재선 3인방’간의 세(勢)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김 의원은 대선기획단 내 최대 조직으로 TV토론 준비 등을 담당하는 미디어단 본부장을, 권 실장은 인쇄매체를 담당하는 특보단 내 공보팀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서로 상대를 겨냥해 “자기 인맥을 심는다”는 비난을 하고 있다.

대선기획단(단장 신경식·辛卿植 의원)의 역할이 커지자 일반 당직자들의 불만도 늘고 있다. 대선기획단은 당 관련 여론조사를 전담하는 여의도연구소와 별개로 독자적인 여론조사팀을 가동하고 있다. 정 의원이 주도하는 대선기획단 여론조사는 기획과 집행이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다. 대선기획단이 작성하는 정국현안보고서는 한동안 이 후보에게만 보고했으나 당내에 불만이 많아지자 최근 들어서는 주요 당직자들에게도 배포하고 있다.

▼李후보 친척이 회장인 산악회 '문전성시'▼

▽줄대기와 견제〓이 후보의 국회의원 후원회 조직인 ‘부국팀’(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부국빌딩에서 따온 이름)은 정책자문교수단 등의 명목으로 꾸준히 외연을 확대해오고 있다. 부국팀과 관련해서는 특히 이 후보의 먼 친척인 Y씨가 회장을 맡았던 H산악회가 ‘측근 중의 측근인사로 구성돼 있다’는 소문이 유포되면서 내방객이 문전성시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산악회는 공조직이 아니면서도 전국 지구당에 산악회 활동을 알리는 전통문을 보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통문 사건 직후 이 후보가 산악회 활동 중단 지시를 내리는 등 직접 단속에 나서기도 했으나 산악회는 아직도 활동중이다. 선대위 산하 직능위원회에는 당초 부위원장이 2명밖에 없었으나, 최근 10명으로 대폭 늘었다. 이렇게 외부로부터 몰려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내부 인사들의 방어벽 또한 강화되고 있다. 최근 후보 특보로 추천된 모 방송사 임원 출신 K씨의 경우 당 지도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정작 특보단 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닥쳐 발령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