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기업을 살리기 위해 법원이 경영을 맡긴 법정관리인이 거액의 대가를 약속받고 회사 인수에 협조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특히 검찰이 이 법정관리인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검찰이 반발하며 영장을 다시 청구키로 해 파문이 예상된다.
서울지검 특수3부(서우정·徐宇正 부장검사)는 22일 계몽사 홍승표(洪承杓·38) 회장에게 편의 제공 대가로 4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회사정리법 위반)로 전 계몽사 법정관리인 유승희(柳丞熙·64)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해 9월 회사를 인수한 홍씨에게서 “회사 인수과정에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계몽사 주식 300만주를 주당 500원(15억원)에 사면 나중에 홍씨가 주당 1833원(55억원)에 재매입해 40억원의 차익을 남겨준다’고 약정한 혐의다.
앞서 검찰은 18일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서울지법은 21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유씨는 홍씨와 계몽사 주식 재매입을 약속하는 약정서까지 주고받은 뒤 실제 4억8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챙겼으며 유씨의 소개를 받은 주변 인사들도 홍씨와의 주식 거래로 35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유씨의 도움으로 지난해 9월 계몽사 경영권을 인수한 홍씨는 회사의 정상 경영을 위해 힘쓰기는커녕 한달 만에 회사돈 21억5000만원을 가로챘다고 검찰은 전했다.
홍씨는 또 회사 인수에 편의를 제공받은 대가로 유씨에게 4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겨준 혐의로 7월 구속기소된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
검찰은 또 유씨가 인력 감원 및 회계연도 변경 작업을 통해 법정관리 조기 탈피에 도움을 준 뒤 지난해 10월 퇴직하면서 홍씨에게서 퇴직금과 별도로 1억25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씨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유씨는 수사 초기 검찰이 자택 압수수색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도망쳤다가 홍씨가 보석으로 풀려나자 홍씨와 만나 말을 맞춘 뒤 검찰에 자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높은데 영장이 기각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정관리인이란 부실 기업이 회생할 때까지 기업활동 전반에 대한 관리를 맡는 법정관리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법원이 채권단과 협의해 선발한다.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될 유씨가 기업의 각종 영업 관련 자료나 중요 결정 사항은 수시로 법원에 보고했기 때문에 이 같은 유씨의 범법행위에 대해 법원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