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6일부터 이틀간 멕시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 폐기를 요구하는 강력한 성명의 채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한 관리는 22일 AFP 통신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 개발 계획을 수용할 수 없으며, 이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것으로 철회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강력한 성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한 미 일 3국 정상회담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의 회동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처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앞서 25일 고향인 텍사스 주 크로포드의 목장에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중국이 외교적 압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장 주석은 22일 시카고에 도착, 3박4일간의 방미 일정에 들어갔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 개발이 중국에도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중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인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장관은 22일 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국가 중 북한과 이라크에 대해 다르게 대응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영변의 폐연료봉에서 핵무기제조용 플루토늄을 추출할 경우 미국의 대응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아직까지 원자로의 핵물질 봉인상태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그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할 만한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또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 개발이 한국의 햇볕정책과 일본의 대북(對北) 관계정상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질문에 "아니다"며 햇볕정책에 대한 미국의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