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운성작 /사진제공 갤러리우덕
자화상은 미술가의 자의식과 미술가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의 평가와 함께 하기 때문에 비교적 늦게 태어난 장르다.
우리의 경우 미술가가 공인(工人) 수준에 머물렀던 조선 시대까지 자화상이 독자적으로 등장하기가 어려웠는데 최초의 외국 유학생이자 서양화가인 고희동의 초기 작품들 가운데 비로소 화가의 자화상이 등장한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자화상은 회화나 조각 외에 사진, 영화,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 오브제, 심지어는 개인적 공간을 작품화하는 등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 잠원동에 있는 갤러리 우덕이 기획한 ‘8인의 자화상 -가면을 쓰게 하는 시대 속의 솔직한 얼굴들’은 이 시대 우리 작가들이 고민하는 ‘자아’의 정체성을 한 눈에 탐색할 수 있게 해 준다. 모든 예술 장르가 그렇지만, 나를 드러내는 일에는 용기와 솔직함이 필요하다.
20∼50대 사이의 다양한 연령대에 포진한 김명숙, 김진아, 나인하, 서용선, 유승호, 임영길, 조습, 한운성(가나다순)등 8명 작가들은 어리면 어린 대로, 나이가 들었으면 든 대로 얼마나 솔직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정체성과 씨름하고 있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대중매체가 아무리 우리를 비슷해 보이게 만들어도 우리는 각자 다르며 그러기에 완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전시다. 전시회는 30일까지 계속된다. 02-3449-6071∼2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