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부터 48년까지 김포 부근의 한 군수공장에서 같이 일했던 이명노씨를 찾습니다.”
주한미군 출신 예비역 대령인 로버트 바론(74)이 한국 친구를 찾기 위해 54년만에 방한했다. 당시 미군 중사였던 바론씨는 1100여명이 일하는 군수공장의 경리 책임자로 통역을 맡은 이씨와 일할 때는 물론 주말에도 함께 다니며 우정을 쌓았다. 주말이면 이씨와 서울, 인천의 성당, 절을 방문해 공장에서 남는 식량과 가재도구를 기부하기도 했다고.
그러나 2년 동안 형제처럼 지냈던 이들은 48년 바론씨가 한국을 떠나면서 연락이 끊겼다.
바론씨는 “영어에 능통했던 이씨는 대학을 졸업했고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던 문학청년이었다”며 “이씨의 어머니는 인천에 살고 있었고 아버지는 돌아가셨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바론씨는 현재 미국 뉴저지주 밀빌에서 투자은행을 운영하는 사업가. 지난해 9·11테러 때문에 일정을 미뤘다가 올해 부인(58)과 함께 ‘친구 찾아’ 한국을 방문했다.
바론씨는 “이제 인생의 후반인 70대에 접어들었다. 친구인 이씨의 생사라도 꼭 알고 싶다”며 기자의 손을 꼭 쥐었다. 그는 24일 오후 6시 출국한다. 연락처 02-759-7515(롯데호텔)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