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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부시는 제왕적인 대통령”

입력 | 2002-10-23 17:59:00


“워터게이트 사건의 주인공 리처드 닉슨 이후 의회에 대해 이렇게 오만했던 정권은 존재하지 않았다.”(존 딘 닉슨 전 대통령 보좌관)

“나의 의회 동료들 상당수는 (제왕적 대통령 부시를 따르는) 근대 군주제 지지자들과 같다.”(로버트 버드 민주당 상원의원)

백악관과 미 의회간의 역학관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워싱턴의 권력이 백악관으로 집중되면서 조지 부시 W 대통령이 지난 30년의 기간 중 가장 강력한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의회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22일 전했다.

저널이 분석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

먼저 부시 행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인사들이 의회를 불신하고 의회의 행정부 견제 역할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딕 체니 부통령이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워터게이트와 베트남 전쟁 직후 막강해진 의회의 위상에 대해 항상 강한 불만을 토로해 왔다는 것.

이들은 그동안 의회의 협조 요청을 번번이 거절,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올 2월 미 에너지기업 엔론의 파산사건을 조사중이던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이 자료요청을 거부한 체니 부통령을 81년 역사상 처음으로 고소하는 사태로까지 악화되기도 했다.

당파간 불협화음으로 좀처럼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는 상하원의 구조적인 문제도 또 다른 요인. 버드 상원의원(민주당)이 이끄는 상원 세출위원회와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 세출위원회의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백악관에 힘을 실어준 결정적인 사건은 바로 9·11테러 이후 계속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분석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백악관은 그 어느 때보다 독단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

월스트리트 저널은 “백악관과 의회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만큼의 위험 부담과 책임이 커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