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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권상준/푸른 숲 지키며 도시 만들자

입력 | 2002-10-23 18:21:00


얼마 전 경기도가 서울과 인접한 6개 지역에 대규모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그간 수도권 난개발을 부른 중소규모 택지개발에 대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들 6개 지역은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이거나 비도시 지역으로 건설교통부 및 관련 기관과 협의가 이뤄져야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곳이다.

이것이 졸속으로 이뤄진다면 1차적으로 자연녹지를 잠식할 것이며 2차적으로 수도권 과밀화로 이어져 교통과밀과 환경오염 등 도시의 아노미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경기도의 논리는 수도권에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이 환경 파괴가 덜하고 공원녹지 확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파괴나 공원녹지 확보는 개발 규모에 따라 좌우되기보다는 토지이용 녹지계획 등에 따른 문제와 연관성이 더 크다.

미래에 살기 좋은 곳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과 녹지공원을 도시구조의 기본으로 하느냐의 문제라는 얘기다. 지금까지 한국의 도시계획은 건물과 도로를 만들고 난 뒤 나무를 심고 숲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나무와 숲을 두고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서구의 유토피아가 대개 상상 속의 섬이나 격리된 낙원을 의미했다면 동양에서는 상상의 세계를 구체적 장소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상향은 ‘살 만한 곳’을 뜻했다. 내가 사는 곳과 내가 살고 싶은 곳이 같은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두 곳은 다를 것이다. 그 차이가 줄어들수록 사람들은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현대인에게 만족감의 원천은 경제적 사회적인 것이지만, 점차 환경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는 교통 주택 공장 등 경제 사회적 측면을 강조한 나머지 공원녹지가 양적으로 부족하고 질적으로도 낙후돼 있다.

최근 건설되는 도로들이 경관을 배려하기보다는 소통 위주의 물리적 접근으로 금수강산을 훼손시키고 있지 않은가.

21세기는 장소적 가치가 중요한 시대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자원을 쓰고 환경을 지배하는 시각에서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땅 위의 생명을 중시하고 그 장소의 문화를 보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가령 고유의 모습을 지킨 한국의 서울이 세계에서도 꼽히는 독특한 모습을 지니게 되고 그것이 서울의 경쟁력이 된다.

동구 밖 옹기종기 앉은 마을과 뒷동산, 들과 내, 그리고 켜켜이 나타나는 산, 이것이 우리나라 산천 고유의 모습이다.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의 경관적 특성은 농촌과 도시가 조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이야말로 전원적 도시화가 가능한 곳이다. 그곳에 한국적 전통과 문화를 바탕으로 한 경관이 창출된다면 미래의 이상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신도시는 시민들이 늘 쾌적하게 쉴 수 있는 공원녹지가 조성되고, 주거지 바로 곁에 푸른 숲과 맑은 물이 있어 다람쥐 토끼 새 등이 함께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권상준 청주대 교수·한국조경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