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때문에 못살겠다.”
회사원 정지홍씨(32·서울 강남구 역삼동)는 요즘 밤마다 ‘모기와의 전쟁’을 치른다. 잠을 설치다 보니 낮에 업무 효율도 뚝 떨어졌다. 정씨 동료들도 모기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얼음이 어는 초겨울 날씨인데도 때 아니게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할인매장 등에서는 모기약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창고에 쌓아두었던 모기약과 방충망을 다시 꺼내 팔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할인점을 운영하는 김진섭씨(45)는 “모기약을 찾는 사람이 하루 서너명에 달해 창고에서 살충제와 전자모기향 등을 다시 꺼내 팔고 있다”고 말했다.
살충제 전문 제조업체인 한국존슨 이종구 부장은 “보통 때는 10월부터 2월까지 모기향이 거의 팔리지 않았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10월에 10억∼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것은 아파트 보일러실이나 하수구 등지에 서식하는 ‘빨간집모기’가 날씨가 추워지자 승강기나 환풍구를 타고 따뜻한 실내로 침투하기 때문.
국립보건원 이원자(李元慈) 연구관은 “모기를 없애려고 살충제를 마구 뿌려 어린이나 노약자의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며 “빨간집모기는 16도 이하이면 흡혈활동에 지장을 받기 때문에 실내 온도를 낮추고 모기장을 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