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4자연대’의 무산은 원칙과 명분 없는 정치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민주당 ‘대통령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와 정몽준 의원, 이한동 전 총리, 자민련 등 이질적인 정파가 함께 참여한다는 구상 자체부터 이미 순수하지 못하고 어설픈 일이었다.
이념이나 노선은 팽개쳐둔 채 오직 대선 승리를 위해 뭉쳐야 한다는 얘기가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굳이 끌어댄다면 ‘이회창은 싫고 노무현은 안 된다’는 것 한가지였는데 그런 ‘반창비노(反昌非盧)’ 발상은 우리 정치를 희화화(戱畵化)하는데 더욱 기여했을 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당 ‘후단협’측의 행보는 정상적인 정당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그토록 치켜세웠던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아놓고 당선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당외후보에 눈짓을 보냈으니 그런 자기모순이 없다.
그들은 이를 ‘후보 단일화’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했지만 자세히 보면 결국 지지율에 목매는 우리 정치의 천박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자당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안되면 야당할 각오를 하는 게 정당원의 도리이지 지지율에 맞춰 후보를 바꾸자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것이다. 이런 이율배반적 행동 때문에 정권이 중립을 강조하는 데도 불구하고 청와대 음모론이 떠도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다 여론의 시선이 탐탁지 않자 한발 뒤로 빼면서 이탈세력의 개별영입으로 돌아선 정몽준 의원측에게도 그것이 그들이 그토록 강조한 정치개혁이고 국민통합인지 묻고 싶다.
‘4자연대’ 논의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말로는 수없이 국민을 들먹이지만 실제로는 다음 총선에서의 유불리 등 개인의 영달에만 눈이 먼 것으로 유권자의 눈에는 비치고 있다. 더 이상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말고 당에 남든, 나가든 하루빨리 거취를 결정해 혼란을 주지 않는 것이 그나마 국민에게서 욕을 덜 먹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