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2005년까지 흑자를 내더라도 일정 수준의 이익을 못내는 계열사는 정리키로 하는 등 이른바 '극약 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SK는 21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이를 '2002 제주선언'을 통해 24일 밝혔다.
손길승(孫吉乘) SK회장 등 최고경영진들은 이 선언에서 2005년까지 '계열사의 3대 생존 조건'으로 △사업모델의 경쟁력 확보 △세계적 기업 수준의 운용 효율성 △경제적 부가가치(EVA·영업이익 중 세금과 자본비용을 뺀 금액)가 플러스가 될 것을 설정했다.
사장단은 2005년까지 이같은 생존 조건을 확보하지 못한 계열사에 대해서는 설령 이익이 나더라도 사업철수 통폐합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벌이기로 했다.
이 방침대로라면 현재 순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EVA 수치는 낮은 상당수 계열사들도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손길승회장은 내년도 경영방침에 대해 △생존조건 확보 △ 실적에 따른 책임경영 확립 △성장을 위한 미래준비 등 3대 경영방침을 제시했다. 특히 실적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단계별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CEO와 회사에는 파격적으로 보상하고 목표달성에 실패할 경우 인사에 엄격하게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 손 회장은 "현재 세계경제는 경기회복 기대와 디플레이션이 동반된 장기침체 가능성, 금융시장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으로 매우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하고 "이런 여건 속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예측, 생존에 필요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손 회장과 최태원(崔泰源) SK㈜ 회장 등 주력 계열사 CEO 22명이 참가해 '불확실성에 대비한 경영 인프라 혁신'을 주제로 세미나와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