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권거래소(NYSE)에는 기자들이라도 함부로 사진기 플래시를 터뜨려서는 안 된다는 전통적인 금기가 있다. 아직도 브로커들이 “○○주식 몇 주, 얼마에 매수” 식으로 소리를 질러 매매하는 발성호가(Out-Cry) 매매가 남아 있기 때문. 플래시 섬광으로 시세판이 잠깐이라도 보이지 않으면 중개인들이 순간적인 주문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 발성호가 덕분에 미국 증시 객장은 지금도 시끄럽고 역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증시 객장도 과거에는 무척 시끄러웠다. 돈이 걸린 문제이니 고객이건 중개인이건 아무래도 목소리가 커지기 마련. 심지어 몇몇 브로커는 주문을 받을 때 실수를 막기 위해 일부러 “청담동 김 사장님, 삼성전자 100주 매수요”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그러나 홈트레이딩 시스템 발달로 객장의 시끌벅적한 옛 모습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발성호가도 없으니 투자자들이 객장에서 소리 지를 일도 없다. 그저 컴퓨터 앞에 앉아 매매만 열심히 하면 된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된 셈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