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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레드드래곤’ 에드워드 노튼 e메일 인터뷰

입력 | 2002-10-24 17:59:00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 에드워드 노튼. 사진제공 UIP코리아


가련하게 몸을 떨던 미소년이 사악한 악마로 돌변하는 영화 ‘프라이멀 피어’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한다면, 이 배우를 잊기 어려울 것이다. 에드워드 노튼.

‘프라이멀 피어’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남우조연상(1997년)을 타고 ‘아메리칸 히스토리 X’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99년)에 올랐던 그가, ‘레드 드래곤’에서는 식인 살인마 한니발 렉터와 대적하는 FBI 요원 윌 그래엄 역할을 맡았다. 한니발 렉터 시리즈의 핵심은 살인마와 수사관의 팽팽한 맞대결. 시리즈 1편인 ‘양들의 침묵’에서는 살인마 렉터와 FBI 요원 스탈링 (조디 포스터)의 두뇌싸움이 두드러졌으나 2편인 ‘한니발’에서는 이 접전이 약해 맥이 풀렸다. ‘한니발’보다 ‘양들의 침묵’과 더 닮은 꼴인 ‘레드 드래곤’에서는 팽팽한 긴장이 서려있다. 그 절반의 몫은 에드워드 노튼의 중량감 있는 연기 덕분이다.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어떻게 출연 결정을 하게 됐나.

“처음엔 이 영화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대본도 읽지 않았다. 그러다가 테드 톨리(‘양들의 침묵’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각본상을 탄 시나리오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읽어봤는데 ‘젠장, 이거 너무 좋잖아’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또 지금까지 과시적인 캐릭터를 연기해온 터라,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그래엄의 역할이 다른 종류의 도전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양들의 침묵’을 보았나?

“대학 시절(예일대)에 봤다.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비스나 ‘양들의 침묵’의 렉터처럼 강렬한 캐릭터가 배우의 연기를 통해 현실화하는 것을 보면 거의 쇼크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토니(앤서니 홉킨스의 애칭)는 그 캐릭터를 위한 배우다. 사람들은 허위와 위선을 깨부수는 캐릭터에 매료된다. 약간 삐딱한 방식으로 인간의 마음 속에는 렉터가 되고 싶은 충동이 있다. 인간들은 또 그처럼 파워풀해지기 바랄 것이다. 그는 슈퍼맨이며 사람들의 세속성과 나약함을 극도로 경멸하고 그것들을 깨뜨린다. 그게 ‘양들의 침묵’의 인기 비결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레드 드래곤’은 톤이 어둡고 ‘한니발’보다는 ‘양들의 침묵’과 비슷하다.

“이 영화에서 렉터는 인간성과 마성(魔性)이 아직 균형을 이루고 있는 단계에 있다. 렉터와 그래엄의 관계는 아주 미묘하다. 렉터는 그래엄을 죽이려 하고 그래엄은 렉터를 잡아 감옥에 집어넣지만, 서로에 대해 경탄하고 심지어 연민까지 갖고 있다. 그래엄은 렉터로부터 받은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죽이려 했던 그와 계속 상담해야만 하는 역할이다. 이 관계의 역동성이 나를 매료시켰다. ‘양들의 침묵’에서 신참이며 이전까지 렉터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스탈링 요원과는 다르다.”

-앤서니 홉킨스와 함께 일한 경험이 어땠는지?

“위대한 배우, 좋은 배우들도 많지만 어떤 시기에 무언가 가르침을 주는 배우가 있다. 내 경우는 앤서니 홉킨스를, 학교다니듯 배운 시절이 있다. 그가 주연한 ‘새도우 랜드’와 ‘남아있는 나날들’을 같은 시기에 반복해서 봤다. 그 당시에는 매일 영화일기를 썼는데, 그에 대해 길게 기록하면서 뭔가 배우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머릿속에서 바퀴가 돌아가는 것 같은 계산조차 눈빛이나 동작 하나만으로 표현해내는 배우다. 그 섬세하고 절제된 미묘함이 나를 매료시켰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