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박물관은 그동안 숨을 죽이고 있었어요. 주민 곁으로 깊숙이 다가가야 합니다.”
경북 경산시에 있는 영남대 박물관이 문화관광부의 올해 문화기반시설 평가에서 전국 대학 및 공 사립 박물관, 미술관을 통틀어 최우수 기관으로 최근 선정됐다. 지방의 대학박물관이 전국 최고의 문화기반시설로 뽑힌 것은 처음.
이청규(李淸圭·48·한국학부 교수·사진) 박물관장은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물을 발굴하고 한번씩 전시회를 여는 기능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유물을 매개로 주민들과 끊임없이 만나야 합니다. 박물관은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고리가 무궁무진한 데도 지금까지 이런 점을 소홀히 했어요.”
영남대 박물관은 90년 1월 전국 처음으로 ‘박물관 대학’을 열었다. 6개월∼1년 과정의 강좌는 지금까지 이어져 참가자 2500여명은 문화재 전문가 수준으로 양성됐다. 당시 박물관장을 맡았던 유홍준 교수(현 명지대 교수)가 ‘나의 문화유적 답사기’를 펴내자 유적답사 붐과 맞물려 박물관 문화강좌는 널리 확산됐다.
“지난해 박물관을 찾은 학생과 주민이 25만명이나 됩니다. 90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역사회와 가까워졌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00여개의 대학박물관을 포함해 특수박물관 등 300여개의 박물관이 있지만 주민을 위한 사회교육 프로그램은 부족한 편입니다. 1000여곳의 박물관이 있는 일본을 비롯해 유럽 등지의 박물관은 주민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대단히 활발하게 펼쳐집니다.”
지난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에 참석하고 돌아온 이 관장은 “무형문화재를 영상 등으로 기록하고 복원하는 작업을 박물관이 담당하자는 논의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2004년 열리는 ICOM 서울총회에서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관광부는 △도서관 △박물관 및 미술관 △문예회관 △문화의 집 △자치단체 등 5개 분야를 평가했으며, 시상식은 11월 6일 전북 전주시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린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