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 국가정보원장(왼쪽)이 최근 국정원의 도청자료를 공개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 박경모기자
국회 정보위는 24일 7개월 넘는 파행 끝에 어렵사리 회의를 열었으나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의 ‘안기부돈 총선자금 유입사건’ 관련 발언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발로 정회 끝에 유회됐다.
또 예결위는 한나라당 백승홍(白承弘) 의원의 ‘우리 각료를 김정일(金正日)이 임명했느냐’는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 역시 파행으로 끝났다.
▽정보위〓함 의원이 “96년 총선을 앞두고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안기부가 횡령, 여야 정치인들이 나눠먹었다”고 발언하자,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근거도 없이 ‘나눠먹었다’는 말로 국회의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고함이 난무하는 등 소란이 계속되자 김덕규(金德圭) 정보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한나라당이 사과를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거부하는 바람에 결국 회의가 유회됐다.
유회에 앞서 한나라당 김기춘(金淇春) 강창성(姜昌成) 의원은 “북한 핵개발에 대한 첩보를 99년 입수하고도 임동원(林東源·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전 국정원장 등이 대북 지원을 계속한 것은 국가보위 책무를 저버린 이적행위” 라고 몰아붙였다.
반면 국정원장 출신인 민주당 천용택(千容宅) 의원은 “첩보단계에서 ‘북한이 핵개발했다’고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고 정부를 옹호했다.
신건(辛建) 국정원장은 “99년에는 첩보수준이라 공개하지 않았다”며 “문제의 핵개발 의혹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은 올 8월이었다”고 답변했다.
한편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24일 “국가정보원이 김보현(金保鉉) 차장 밑에 19명의 특수조직을 두고 대북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국정원의 대북지원팀 운영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가 파행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정 의원은 또 “최근 도청 문제가 논란이 되자 국정원이 도감청을 담당했던 8국을 폐지했으나 그 기능을 외사 대공 담당 부서로 이관시켜 광범위하게 도청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결위〓“남북장관급회담 합의문을 작성할 때 ‘선 핵개발 포기, 후 경협’ 주장을 했느냐”는 백승홍 의원의 추궁에 김형기(金炯基) 통일부 차관이 우물쭈물하며 “남북 대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핵문제를 푸는 또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엉뚱한 답변을 한 것이 파행의 발단이 됐다. 백 의원은 이어 “대한민국 대표 입장에서 답변하는지 북측논리를 대신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각료들을 김정일이 임명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백 의원 발언의 속기록 삭제와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반발, 2차례나 정회됐다. 그러나 백 의원이 유감만 표명하자 정상화되지 못하고 회의는 오후 5시30분경 산회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