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현직 야당의원이 집앞에서 피습,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경찰에 따르면 25일 오전 이시이 고키(石井紘基·61) 민주당 의원(중의원)이 도쿄(東京) 세타가야(世田谷)구의 자택을 나와 차에 타려는 순간 50대로 보이는 중년남자가 접근해 칼로 가슴 등을 찌른 뒤 달아났다는 것. 이시이 의원은 인근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정오경 숨졌다.
정치인이 피습 사망한 사건은 1960년 아사누마 이네지로(淺沼稻次郞) 사회당 위원장, 95년 니와 효스케(丹羽兵助) 의원 이후 7년만의 일이다.
이시이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에 지역구 지지자들과 만난뒤 국회에 갈 예정이었다. 그는 93년 첫 당선된 후 정-관-업계의 유착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해왔으며 최근에는 스즈키 무네오(鈴木宗男) 의원의 북방영토 지원사업을 둘러싼 부정입찰 의혹사건을 파헤쳐왔다. 또 옴진리교 사건 때에는 예리한 국회 질문으로 여러 차례 협박을 받기도 했다.
최근 이시이 의원 사무실 주변에서 수상한 사람이 자주 목격됐으며 사건 당일 오전에도 머리에 두건을 두른 남자가 이시이 의원의 자택을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치활동을 둘러싼 보복성 살인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범인의 행방을 좇고 있다.
일본에서는 현재 임시국회가 개원중이며 27일 니가타(新潟) 등 중·참의원 7개지역의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구별로 선거운동이 열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민주당을 비롯한 각 당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선거 지원유세차 니가타현을 방문중이었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雄) 민주당 대표는 "이시이 의원은 정의의 정치가였다. 아까운 사람이 사망했다"며 안타까와했으며 사토 다카오(佐藤敬夫) 민주당 국회대책 위원장은 "언론자유에 대한 테러"라며 초당적인 대응을 호소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이 사건을 전해듣고 "어떤 상황이라도 폭력으로 정치활동을 봉쇄하려는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