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교사 출신 교육부 장관 에스텔 모리스(50·사진)가 23일 전격적으로 던진 사표가 영국에 충격과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그가 사표에 쓴 사임 이유는 ‘능력 부족’이었다.
모리스 장관은 22일 처음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블레어 총리는 다음날 모리스 장관을 총리관저로 불러 1시간여 독대하면서 적극 만류했다. 그러나 모리스 장관은 뜻을 꺾지 않고 정치인치고는 너무나 솔직한 내용을 담은 사표를 전달하고 관저를 떠났다.
“친애하는 토니.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나는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알게 됐다. 나는 문제를 잘 처리하고 교사들과 잘 통했다. 하지만 거대한 부처의 전략적 운영과 현대적 미디어를 다루는 것은 잘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장관으로서 갖춰야 할 만큼, 당신이 필요로 하는 만큼 능률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친절하게도 내게 하루 더 생각하라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물러나는 것이다. 내각에서 일할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
모리스 장관은 이날 밤 피곤한 기색으로 교육부 청사를 떠났다. 직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그를 배웅했고 일부 직원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블레어 총리는 “너무나 정직했던 모리스 장관이 언제나 그렇듯이 품위와 성실 속에 물러났다. 나는 그가 다시 정부로 돌아올 것을 확신한다”고 아쉬워했다. 영국 교직원 노조도 “모리스 장관의 사임은 비극”이라고 애석해 했으며 BBC 방송은 “정치를 하기엔 너무 훌륭하다(Too Nice for Politics)”고 논평했다.
모리스 장관은 블레어 내각의 집권 2기 주요 과제였던 교육개혁을 강력히 추진, 특히 초등학생의 수학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대입수능시험 채점 오류와 남학생 2명의 교사 살해 위협 등 이른바 ‘교육 사고’로 나름대로 힘든 나날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임 직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장관 같은 중책은 자신에게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역할이 충분하다고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