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입수한 국가정보원의 도청 자료가 사실이라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모 신문사의 중견기자는 25일 “내가 3월 초 한나라당 K의원과 통화하면서 K의원의 거취와 관련해 취재를 한 내용이 도청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 의원이 갖고 있는) 도청자료를 확인해 보니 실제 통화 내용과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자는 “당시 일반전화로 통화를 했는지, 휴대전화를 사용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K의원도 “당시 집단지도체제 도입이 거부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를 놓고 동료 의원들과 논의 중이었고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그런 대화를 나눴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이 (현 정부의 대북 밀사역을 한) 요시다 다케시(吉田猛) 신일본산업 사장과 통화한 도청자료를 내가 폭로하겠다고 하자 박 실장이 네 번이나 사람을 보내 폭로하지 말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실장의 한 측근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정 의원은 또 기자들과 만나 “모 방송사 기자와 내가 통화한 내용을 도청한 자료도 갖고 있다”면서 “때가 되면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24일에도 “국정원은 그동안 정치인뿐만 아니라 언론인을 포함한 각계각층 인사들에 대해 광범위한 도청을 해왔으며 그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동안 국회에서 도청자료를 근거로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과 이귀남(李貴男)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의 4억달러 대북 지원설 축소수사 의혹 등을 제기했으나 당사자들은 통화 내용을 부인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는 “도청이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음을 보여 주는 관련 자료를 1000쪽 분량이나 당에서 입수했으나 현재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