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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전망대]'13억 시장' 만만치 않다

입력 | 2002-10-27 17:21:00


어느 나라에 살고 있건 화교들에게는 공통된 풍습이 하나 있다.

가묘(家廟)제도다. 가족 중 누군가 숨지면 뒤뜰에 사당을 짓거나 가까운 절에 시신을 안치한다. 본토의 고향땅으로 이장(移葬)되기까지 사자(死者)는 몇 달 또는 몇 년이고 이곳에서 기다린다. 후손들이 직접 고향을 방문하기 어려우면 유골만 추슬러 인편에 들려 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중국인은 유난히 귀소(歸巢)본능이 강하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점(點:단위 특구)-선(線:연해 개방 도시들을 연결)-면(面:개방 지역)’으로 상징되는 개혁 개방정책을 저돌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화교 자본이다.

개방 초기 미국 일본 등이 중국 정부를 의심하며 요모조모 재고 있을 때 화교 재벌들은 주저하지 않고 고향 땅에 돈을 쏟아 부었다.

인도네시아 최대 재벌인 시나르 마스그룹의 외이액총 총수가 취안저우에 41개나 되는 국영 공장을 인수한 것이나 아시아 최대 부호인 리자청(李嘉誠)이 싼두아오에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고 초현대식 의과대학을 설립한 것이 다 고향을 못 잊어서다.

화교들의 이런 특성 때문에 ‘중국이라는 심장을 바탕으로 화교자본을 동맥으로 하는 대중화(大中華)경제권’의 등장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외국인들의 속내는? 엄청난 규모의 화교 자본이 결집하는 ‘악몽 같은 날’이 제발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줄잡아 1조달러는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내수시장의 알맹이들을 화교세력이 독차지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으리라. 그래서 90년대 후반부터는 미국 유럽, 마침내 일본까지 중국 투자에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비교적 일찍부터 진출해 상당히 선전(善戰)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올 것은 오는 것인가. 지난주 한국무역협회가 잇따라 내놓은 보고서들은 우리를 상당히 긴장하게 한다. 얼마 전까지만도 비슷비슷하던 한국과 대만의 대(對)중국 수출 격차는 최근 들어 현격히 벌어지고 있고 중국내 시장점유율도 대만이 수직 상승 직선을 그리는 반면 한국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 기업끼리 같은 품목에서 출혈 경쟁을 하다보니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뼈아픈 지적도 담겨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화교 자본과 본토인들이 한통속이 돼 시장을 좌지우지하는데 배겨날 재간이 없다든가, 제도의 불투명성과 자본시장의 미성숙, 향후 정치적 불안정 우려 등등.

하지만 또다른 점은 없었던가? 한 사람에게 볼펜 한 자루만 팔아도 13억개를 팔 수 있는 나라, 편법과 비리가 통하는 나라, 단기적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라며 쉽게 생각한 적은 없었던가?

대중화권 등장을 두려워하기에 앞서 자세부터 다시 고쳐야 할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경제의 여의주’가 될 것이라는 중국에 안착하기도 전에 자멸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bbhe4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