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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서태지 神話는 끝났는가

입력 | 2002-10-27 17:40:00


26일 오후 잠실보조경기장.

서태지가 기획하고 주도한 ‘2002 ETPFEST’가 7시간여 이어졌다. 2만5000여 관객들은 한강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을 무릅쓰고 이 축제에 동참했다.

이 축제는 서태지가 데뷔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 타이틀의 ‘ETP’는 ‘기괴한 태지 사람들(Eerie Taiji People)’이라는 뜻으로 태지 마니아들의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여기에 ‘스크레이프’ ‘도프 헤즈’를 비롯한 해외 그룹의 공연, 30억원의 행사비, 가로 75×31m의 대형 무대는 록페스티벌 정착 가능성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서태지에 관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불멸일 것만 같았던 서태지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가 10일 일본에서 귀국했을 때도 공항에 나온 팬들의 열기는 예전보다 훨씬 못했다. 공연의 예매 상황도 기대 이하여서 이전 컴백 공연 때 매진 사례를 기록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게다가 예매가 시작된 뒤 공연장이 갑자기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인근의 보조경기장으로 바뀌자 “관객이 적어 공연장 분위기가 썰렁해보일까봐 바꾼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태지 컴퍼니측은 “무대가 커 주경기장에 설치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으나 현장에선 무대가 객석에 비해 너무 크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상 징후는 또 있다.

서태지가 18개월 만에 여는 공연에서 ‘섬싱 뉴’를 주지 못했다는 음악평론가들의 평이다. 특히 서태지는 2000년 9월 솔로 복귀 이후 로커를 자임하고 있지만 국내 인디 밴드들은 이를 인정하는데 인색하다. 한 인디밴드의 매니저는 “한국 록 시장은 우리들이 어렵게 개척해왔는데 마치 서태지가 이를 주도하는 것처럼 비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상 징후는 서태지의 인기가 꼭지점을 지났다는 것을 뜻한다. 더구나 서태지가 일본에 있으면서 간헐적으로 귀국해 펼치는 신비주의 전략의 효과도 예전같지 않다는 표시다. 서태지는 앞으로 해외 체류보다 국내 활동을 통해 로커와 록마니아들의 곁으로 더 다가와야 할 것 같다.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