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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먼데이]서울 중구 안내 도우미들이 본 민원 백태

입력 | 2002-10-27 18:19:00

서울 중구청의 안내를 맡고 있는 도우미 박우정 양현주 손정미씨(왼쪽부터). - 이종승기자


“구청 도우미들은 구청 업무 안내뿐만 아니라 민원인들과 이런 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도 주고받아야 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짜증까지 다 받아들여야 합니다. 유통업체 도우미들에 비해 좀 더 인간적이라고 할까요. 그게 구청 도우미의 어려움이지만 매력이기도 합니다.”

서울 중구청 안내 도우미 양현주(梁鉉周·22) 손정미(孫貞美·24) 박우정(朴友情·22)씨. 대부분 4년 안팎의 경력을 가진 이들은 도우미 전문 인력회사를 통해 채용된 프로 도우미들이다. 양씨는 2001년 2월부터, 손씨는 올 3월부터, 박씨는 이 달 초부터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들이 프로이다 보니 민원인들의 반응이 좋다”면서 “지난해 10월엔 백화점에서도 모니터를 해갔다”고 자랑했다.

도우미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민원인은 호적등초본 주민등록등초본 등 증명서를 떼기 위해 구청을 찾는 사람들. 최근엔 주정차 위반으로 과태료 스티커를 발부 받아 항의하러 오는 민원인들도 부쩍 늘었다.

양씨는 “스티커를 발부 받거나 차가 견인돼 흥분된 상태로 항의하러온 분들 가운데는 다짜고짜 욕을 하는 사람이 많아 당혹스럽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구청 인근의 회사원들이 여권 발급을 신청하러 왔다가 허탕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손씨는 “많은 사람이 중구청에 여권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근무하다 짬을 내 오신 분들께 종로구청으로 가라고 하면 허탈해하거나 짜증을 내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현충일이나 광복절 때 구청에서 선물 주는 것이 없느냐고 물어올 때는 황당하기도 하다. 손씨는 “선물이 없다고 하면 뭐 ‘이런 구청이 다 있냐’고 화를 내는 사람도 종종 있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낮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을 달래느라 곤욕을 치르는 일도 종종 있다. 도우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이처럼 민원인들이 자신들을 스트레스 푸는 대상 정도로 생각하고 막 대하는 경우다.

하지만 즐거운 일도 많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로부터 중매 제의를 받은 적도 있고, 회사 사장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

“어려움도 많지만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구청 일이 좋아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했다”는 양씨는 구청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관공서의 이미지가 딱딱해서인지 도우미들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것을 아직도 낯설고 부담스럽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실 것 없습니다. 관공서도 엄연한 서비스기관 아닌가요. 저희 서비스를 편하고 기분 좋게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