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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검찰, 정치사건 수사 사실상 중단

입력 | 2002-10-27 18:28:00


검찰이 연말 대통령 선거 때까지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정치사건 수사를 사실상 중단할 전망이다.

27일 대검과 서울지검의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병풍(兵風)수사’ 이후 12월 19일 대선 때까지 ‘산업은행에 대한 4900억원 대출압력 의혹’ 사건 등 주요 사건 수사를 중단할 방침이다.

이 같은 방침은 대선이 한 달 20여일 남은 상황에서 정치사건 수사가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뚜렷한 증거가 없는 정치적인 사건을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적극 수사하다가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정치인들이 고소한 4900억원 대출압력 의혹 사건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20만달러 수사 의혹’ 사건 등을 잠정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1월 2일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끝나면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대출 과정을 조사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본격적인 범죄 수사에 나설 단서는 잡지 못했다며 대선이 끝날 때까지 사태를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4900억원의 사용처를 조사한다고 하더라도 대선 이전에 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관측하고 있다.

20만달러 사건의 경우 검찰은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관련자들의 전문(傳聞) 진술 이외 증거가 없고 압수 수색과 계좌 추적을 통해서도 수사의 단서를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금품 전달 개연성은 남아 있으나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20만달러 사건의 관련자들이 진술을 뒤바꿀 가능성이 있어 수사를 종결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검찰은 99년 이후 수사가 중단된 세풍(稅風) 사건의 경우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이 미국에서 국내로 송환되지 않으면 더 수사할 것이 없으며 안기부 돈 정치권 유입 사건도 수사가 사실상 끝났다고 덧붙였다.

대검의 한 간부는 “대선 때까지 정치인이 관련된 중대 형사 범죄가 적발되지 않는다면 고소 고발이 있더라도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 시효가 연말까지 남아 있는 6·13지방선거 및 대선 사범 등 선거 수사는 계속할 방침이다.

검찰이 수사중인 주요 정치 사건사건사건 개요주요 관련자한나라당 이회창 후보20만달러 수수 의혹이 후보 측근이 최규선씨에게 20만 달러를 받았다고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설훈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송재빈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 대표, 김희완 전 서울시 부시장,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 설훈 의원, 윤여준 의원 등산업은행4900억원 대출 압력 의혹 한광옥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에게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한 명예 훼손 여부엄낙용 전 산은총재, 한광옥 민주당 최고위원,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등안기부 돈정치권 유입 의혹김인태 경남종건 대표가 민주당 강삼재 의원에게 안기부 자금 세탁을 위해 계좌를 대여했다는 의혹강삼재 의원,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 김인태씨 등국세청 97년 대선 자금 불법 모금 의혹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24개 기업에서 166억7000만원을 불법 모금했는지 여부서상목 전 의원, 이석희 전 차장, 이회창 후보의 동생 회성씨, 임채주 전 국세청장 등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