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도전 7번째인 동아경주오픈마라톤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소감부터 말하자면 이번 마라톤은 어느 대회보다 힘들었고 고통스러운 만큼 아름다웠다. 경주대회 출전이 두 번째여서인지 처음과 달리 코스 주변 경치를 찬찬히 뜯어보는 여유를 부렸다.
마라톤이야말로 경주를 가장 진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코스는 불국사, 성덕왕릉, 정강왕릉, 안압지, 첨성대와 오릉을 거쳐 천마총, 분황사를 지나쳐간다. 교통통제로 가로막힌 자동차 속의 시민들은 짜증내지 않고 오히려 손을 뻗어 하이파이브를 유도했다. 동아마라톤이 경주의 축제로 자리잡고 있었다.
초반에 표고 100m까지 치솟은 코스는 바로 긴 내리막길로 이어져 흘린 땀을 보상해준다. 그러나 불국사 입구에서 우회전하는 순간 바람이 심술을 부렸다.
드디어 37㎞지점. 정신은 몽롱해지지만 가늘게 눈뜨고 바라본 토함산에는 아름다운 단풍이 살짝 내려앉아 있었다. 39㎞지점부터는 다시 내리막. 길 옆에 늘어선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에 앞뒤 안 가리고 마구 달렸다.
경주마라톤은 그렇게 마지막 남은 한줌의 힘마저 모두 소진케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홍은택 국제부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