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제3회 전국입양부모대회가 열린 광주의 5·18 기념문화관.
이날 스티브 모리슨(46·한국명 최석춘)과 제임스 모리슨(44·한국명 신진남)은 흐뭇한 표정으로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한 핏줄 형제는 아니지만 같은 미국인 부모에게 입양된 ‘형제이자 친구’ 사이. 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티에 사는 존 모리슨(79)과 마거릿 모리슨(78) 부부가 이들의 부모다.
제임스씨는 10세 때인 68년, 스티브씨는 2년 후인 70년 14세 때 각각 입양됐다. 먼저 입양된 제임스씨가 모리슨씨 부부에게 스티브씨를 추천한 것. 스티브씨와 제임스씨는 홀트아동복지회 일산 타운에서 같이 생활을 한 친구다.
뒤늦게 입양된 스티브씨는 모리슨씨 부부의 뒷바라지로 퍼듀대학 우주항공과를 졸업한 후 인공위성 및 발사체 연구소인 ‘에어로스페이스’사의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여서 오히려 미국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제임스씨는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미용용품 사업을 하고 있다. 모리슨씨 부부에게 한 달에 500달러씩 ‘용돈’을 보내는 등 양부모에 대한 효심도 깊다.
아버지 존씨는 정부 연구소의 생물학자로 근무했던 중산층. 그러나 두 ‘아들’을 키우는 것은 경제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래도 두 아들에게 “대학 학비는 내가 마련할 테니 공부나 열심히 하라”며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스티브씨는 돈에 쪼들린 아버지가 은행에서 빚을 내 학비를 마련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진정한 부모의 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스티브씨는 버려진 아이의 입양에 매우 적극적이다. 95년 재미교포와 결혼해 두 딸을 낳은 그는 마침내 2년 전 조지프 모리슨(5·한국명 오혜성)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하기도 했다.
그는 또 99년 미국에서 한국입양홍보회(MPAK)를 설립하고 입양문화를 널리 설득하고 있다. 제임스씨는 이 단체의 최대 기부자이기도 하다.
스티브씨와 제임스씨는 “그동안 받은 축복을 남에게도 베풀고 싶다”며 “버려지는 아이들, 시설에 수용된 아이들이 가정을 갖고 행복하게 살도록 그들의 대변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