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공안1부(박철준·朴澈俊 부장검사)는 27일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을 선거법위반 혐의로 이번 주 초 소환 조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시장에 대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출두하도록 통보했으나 이 시장이 불응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시장은 올해 1∼3월 선거운동원인 신학수(申鶴洙·44·구속수감 중)씨를 시켜 한나라당 중앙당과 서울시 지구당에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는 제목의 저서 5000권을 홍보 목적으로 무상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시장은 또 신씨를 통해 이 책 2770권을 모 교회 교인들에게 책 정가(9000원)의 50∼75%만 받고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시장이 2월 신씨를 통해 이 책의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에게 감사장 형식으로 ‘저 이명박은 CEO 시장의 시대적 소명과 함께 이번 시장선거에 출마를 선언했습니다’라는 내용의 A4용지 2장짜리 홍보물을 만든 뒤 시민 9만1200여명에게 배포한 혐의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신씨가 갖고 있던 홍보물 발송 장부와 영수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이 시장의 선거전략 수립과 정책 및 이슈 발굴 등을 위해 설립된 사설 연구소인 ‘동아시아 연구소’의 총무부장을 맡아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일 이전 180일 동안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었거나 후보자의 이름을 나타내는 광고 및 인사장을 배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이 시장은 불법 홍보물 배포를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 소속의 자치단체장을 길들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여 앞으로 검찰 소환에도 응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 시장을 상대로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김민석(金民錫) 후보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김 후보는 이 시장이 선거 전 김 후보를 학력 허위기재(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자 명예훼손 혐의로 이 시장을 서울지검에 맞고소했다.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