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신제품 한번 써보세요.’ 27일 명품 화장품 컨설턴트들이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휴게실에 모여 화장품 얘기를 늘어놓았다. 왼쪽부터 에스티로더 서은신씨, 크리스챤 디올 정경란씨, 랑콤 박지선씨.- 박영대기자
●화장품컨설턴트3명이 말하는‘일, 화장, 화장품’
유난히 바람이 차가웠던 지난 주말, 명품 화장품 브랜드로 알려진 ‘크리스티앙 디오르’, ‘랑콤’, ‘에스티로더’의 화장품 컨설턴트 3명이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10층 ‘일민 라운지’에 모였다.
낯선 ‘이방인’의 도착은 먼저 향수 냄새로 알 수 있었다. 신문과 잉크 냄새가 배어 있는 신문사 휴게실이 머스크향으로 가득 찼다.
조용한 오후, 햇빛이 잘 드는 창가, 투명한 유리 너머로 보이는 북악산. 노련한 ‘뷰티 컨설턴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명품 화장품 세상을 엿봤다.
#명품 화장품, 정의는 없어요
▽박지선〓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화장품이 명품 화장품이에요. 가격은 상관없죠. 저렴한 화장품도 자신에게 잘 맞는다면 그게 바로 명품 화장품입니다.
▽정경란〓그래도 명품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평가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패션 분야에서도 매우 유명하죠. 이처럼 회사 명성이나 규모, 제품 특징 등을 고려해 우수하다고 인정받을 때 ‘명품’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서은신〓전 제품의 우수성을 명품의 조건으로 들고 싶어요. 값이 비싼 데에는 이유가 있거든요. 유명 화장품 회사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고 나면 ‘역시 명품은 다르구나’ 하고 느끼실 거예요.
#명품 화장품에도 유행은 있죠
▽정〓화장품은 주로 여성들이 사용하는 소품이죠. 여성이 패션과 유행에 민감하다보니 화장품도 트렌드가 많이 바뀌어요. 예를 들면, 예전에는 잘 지워지지 않는 립스틱이 유행했지만 최근에는 반짝이고 촉촉한 느낌을 주는 게 인기가 높거든요.
▽박〓화장도 예전에는 진한 메이크업이 유행이었어요. 1980년대 영화를 보면 ‘저 주인공의 화장을 지우면 어떤 얼굴일까’라고 궁금해질 정도로 진하게 화장했죠. 지금은 한 듯 안한 듯한 가벼운 메이크업이 유행이랍니다. 자연스러운 느낌이 최고죠.
▽서〓입소문이 곧 유행을 만들기도 해요. 어제 사 가신 분이 오늘은 친구분과 같이 와서 여러 개 더 사가는 경우도 많아요.
#자연미(自然美)가 최고예요
▽정〓가을이라고 하면 으레 분위기 있는 갈색톤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계절에 상관없이 파스텔톤이 유행이에요. 또 자연미를 최고로 치다보니 화장한 듯 안한 듯한 느낌을 주는 제품을 많이 찾으세요.
▽서〓젊은층에게는 따로 유행이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을 잘 표현하는 스타일을 고집하다보니 굳이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거죠. 어머니들은 와인빛 컬러를 많이 찾으세요. 무난한 색상이라 그런 것 같아요.
▽박〓요즘은 피부에도 신경을 많이 쓰세요. 피부 노폐물 제거를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피부를 보호하려면 자외선 차단제가 필수죠. 거기에 다양한 팩으로 피부에 영양을 주고, 일주일에 1, 2번은 각질도 제거해 주셔야 하고요.
#고객층이 갈수록 다양해져요
▽서〓예전에는 어머니 연령대가 많았어요. 요즘은 1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어요. 손님을 대할 때 겉보기만 보고 판단하면 절대 안돼요. 편한 옷 입고 간편하게 나들이 나온 듯한 분이 왕창 물건을 사는 경우도 있거든요.
▽정〓고객층이 다양해질 뿐 아니라 최근에는 남성 고객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선물용으로 많이 사가시지만 자신이 직접 쓸 물건을 고르는 경우도 많아요. 이젠 남성들도 스스로 자신을 가꿔야 할 때예요.
▽박〓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고객층이 두꺼워요. 굳이 따지자면 20대부터 30대 중반 고객이 많아요. 하지만 지난해 ‘압솔뤼’라는 신제품을 내놓은 후에는 40대 이상 고객들도 많이 늘었어요.
#샘플 화장품은 그냥 사용하세요
▽박〓샘플은 마케팅 차원에서 그냥 드려요. 샘플을 써 보고 고정 고객이 되는 분들도 많거든요.
▽정〓맞아요. 샘플 드릴 때 상담까지 해 드리는 경우도 많아요. 모두 잠재고객이기 때문이죠. 샘플 종류는 대략 20가지 정도 돼요. 매달 샘플 종류가 조금씩 달라지죠.
▽서〓하지만 에스티로더는 샘플을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직접 드리지는 않아요. 대신 본사에서 고객 리스트를 만들어 신제품이 나오면 우편으로 보내주죠.
#다양한 손님들이 많아요
▽정〓한번은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 손님이 여성용 향수를 사셨어요. 예쁘게 포장하고 계산까지 다 한 후에…, 절 주시는 거예요.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요. 물론 부담스러워 받지는 않았어요.
▽서〓전 단골 고객께서 맞선을 주선하겠다고 자주 말씀하세요. 대부분 손님 아들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하시죠. 그만큼 절 예쁘게 봐 주시는 게 감사하지만, 전 아직 결혼할 나이는 아니랍니다(호호).
▽박〓전 강원도 태백에 사는 손님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신입사원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골고객이시죠. 제가 매장을 옮기더라도 항상 저한테 연락하세요. 물론 저도 지극 정성으로 모시고요. 제품은 항상 택배로 부치고, 설명은 꼭 전화로 따로 드려요. 무엇보다 저를 믿어주신다는 점이 너무나 감사해요.
다양한 손님 가운데는 ‘눈물을 쏙 흘리게끔’ 만드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서비스가 나쁘다며 얼굴까지 붉히며 화를 내는 경우가 그 예.
화장품 컨설턴트도 ‘사람’이다 보니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나쁠 때도 있다. 또 갑자기 손님들이 붐비면 몇몇 고객에게 소홀해질 수도 있다. 그럴 때면 한발짝 물러나 여유를 갖자. 한번 씨∼익 웃어주면 그들은 더 큰 미소로 보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정경란(28)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크리스티앙 디오르’ 매장 근무/경력 9년/한번 본 고객 얼굴도 곧잘 기억함
△박지선(29)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랑콤’ 매장 근무/경력 6년/구매하지 않는 고객도 친절히
△서은신(24)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에스티로더’ 매장 근무/경력 3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