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이 없어요. 흔하게 나왔던 단독주택도 뉴타운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모두 회수됐어요.”
서울 은평구는 전체의 53%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개발이 더뎠다. 올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그린벨트 해제 방침이 구체화된 덕분이다. 외지인들의 땅 매입이 붐을 이뤘다. 구파발은 물론 인접한 경기 양주군 일대 땅값까지 들먹일 정도다. 여기에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계획’이 발표되자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매도자들이 가격 상승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판 ‘베벌리힐스’ 추진〓서울시는 환경친화형 신시가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왕십리나 길음 뉴타운이 ‘개발’에 역점을 둔다면 은평 뉴타운은 ‘보전’과 개발을 병존(竝存)시키는 구상이다. 그린벨트를 무작정 주거지로 바꾸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의 층고(層高)를 5∼10층으로 제한한다. 공원도 20만평이 계획돼 있다. 전체 개발면적의 18%이다.
박필용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산자락 밑에 있는 집을 아래쪽으로 끌어내리는 대신 그 지역을 녹지로 복원시키는 계획까지 서 있다”고 전했다.특히 수목(樹木)이 잘 보존된 일부 지역에는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고급 대형 빌라단지를 조성한다는 방침. 박 과장은 “미국 베벌리힐스와 같은 고급 주택단지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은 전체를 5개 구역으로 나눠 진행한다. 북한산길을 따라 북동쪽으로 길쭉하게 들어서는 1지구(22만7000평)를 먼저 개발한다. 이곳에 새로 짓는 주택은 3120가구. 아파트는 50년짜리 장기 임대용과 일반 분양용으로 나뉜다. 대부분 원주민 몫이다.
2∼5지구에는 8380가구를 짓는다. 이 중 2779가구가 일반인에게 배정된다. 하지만 임대아파트가 섞여 있어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신청할 수 있는 물량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땅값 ‘껑충’〓진관내·외동 주택의 평당 매매가는 400만원 안팎. 8월까지 250만∼300만원 선에 거래됐지만 9월 초 강북 재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50만∼80만원 올랐다. 지난주 은평구가 뉴타운으로 확정되자 50만∼80만원이 더 뛰었다.
조성본 진광공인 사장은 “대로변 나대지도 8월까지는 평당 400만∼500만원 선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평당 호가가 500만∼1000만원으로 올랐다”면서 “그러나 매물이 모두 들어가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구파발동도 상황은 마찬가지. 구파발동 서부공인에 따르면 서울시 발표 이전에는 나대지와 주택 모두 평당 3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평당 호가가 50만∼100만원 올랐고 매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야보다는 단독주택〓은평 뉴타운은 상당 지역이 공원으로 묶인다. 다른 지역도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지하층을 뺀 건물 연면적)을 낮게 제한한다.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장 안전한 투자는 단독주택을 사는 것”이라며 “최소한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무허가 주택이라도 82년 1월 이전에 지은 것은 합법적인 주택으로 인정된다. 무허가 주택 세입자도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건축시기는 구청에서 확인할 수 있다.반면 임야는 공원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공시지가 수준의 보상비 외에는 별다른 이익이 없다.
은평 뉴타운 개발계획 자료:서울시위치서울 은평구 진관내·외동, 구파발동면적108만8787평(가용면적 63만6363평)기존 주택과 인구8721가구, 2만5100명건립 주택과 수용인구1만1500가구, 3만2200명개발 방향-환경친화형 신시가지 건설-고급 대형 빌라와 일반 아파트, 임대아파트 건설추진 계획전체를 5개 구역으로 분할해 단계별 시행우선시행 구역:북한산길 북쪽 22만7000평(3120가구 건설)총 사업비1조9654억원(보상비 1조5514억원, 조성비 1577억원, 폐기물 처리 등 2563억원)추진 일정개발제한구역 해제 공고(2002.11)→관계기관 협의(2002.11)→종합도시개발계획 수립(2003.11)→도시개발구역 지정과 개발제한구역 해제(2003.7)→1구역 이주 및 착공(2003.7)→1구역 완공(2006.5)→2∼5구역 사업시행(2004.9∼2010.12)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