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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취화선´ 화가 장승업 선암사서 천도재

입력 | 2002-10-28 18:11:00

임권택 감독이 장승업의 초상화를 들고 천도재가 열리는 선암사 경내로 입장하고 있다./사진제공 태흥영화사


“모든 업을 씻고, 부디 극락세계로 가시기를.”

2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선암사에서는 조선말기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薦度齊)가 열렸다. 천도재는 죽은 이의 명복을 빌기 위해 부처님 앞에 재를 올려 영혼들로 하여금 정토나 천계에 태어나도록 기원하는 의식. 이날 행사는 장승업의 일생을 그린 영화 ‘취화선’으로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탄 임권택 감독의 주도로 마련됐다.

임권택 감독은 “장승업 선생을 그린 영화를 만들어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는데, 명복을 빌어줄 후손도 없는 사고무친(四顧無親)한 분이라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 분의 덕을 내가 많이 입은 것 같아 천도재를 한 번 드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던 참”이라고 말했다.

선암사 주지인 지허(智墟)스님은 임감독이 81년 ‘만다라’를 만들면서 조계종의 어느 절도 촬영허가를 내주지 않아 애를 먹을 때 선뜻 절을 빌려준 뒤로 20여년간 교분을 쌓아온 사이. ‘아제 아제 바라아제’ ‘취화선’도 선암사에서 촬영한 영화들이다.

이 날 천도재에서는 임감독이 장승업의 초상화를 들고 재를 올리는 후손 격인 ‘설판재자’의 역할을 맡았다. 이 초상화는 영화 ‘취화선’에 등장하는 한국화 70여점을 직접 그린 한국화가 중앙대 김선두 교수가 장승업의 인상에 대한 기록을 토대로 그린 것.

천도재는 영가의 혼을 맞이하는 ‘시련’, 전생의 모든 업을 씻어내는 ‘대령관욕’, 지허 스님의 설법과 ‘권공’ ‘축원’등의 절차를 밟아 4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임감독과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 정일성 촬영감독 등이 참석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