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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종교]법정스님 뉴욕법회 “미국은 탐욕버리고 겸손배워야”

입력 | 2002-10-28 18:20:00

미국 뉴욕주 타판의 불광선원서 법문을 하는 법정스님./뉴욕〓홍권희특파원


“미국은 지구촌에서 자신이 비난받는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여러나라로부터 교만하고 독선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9·11 테러공격으로) 자존심이 상했겠지만 전쟁으로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칩거해 온 ‘무소유’의 법정(法頂)스님(70·길상사 회주)이 27일 미국 뉴욕주 타판의 불광선원에서 열린 법회에 참석, 강한 이들의 ‘겸손과 하심(下心)’을 당부하는 법문을 했다. 이날 법회에는 뉴욕 일대 한인신도 500여명이 참석했다.

그는 “미국 시민 대다수는 세계에 기여하고 있고 미국의 지성과 양심이 잘못돼가는 것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한다”고 전제하면서 “미국정부가 세계공동체의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미국의 오만한 외교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스님은 미국이 세계에서 드물게 지뢰금지협약 화학무기제거협정 아동권리협약 등에 서명이나 비준을 거부하고 있고 세계무기거래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미국의 이라크 공격 주장에 대해 스님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그랬듯 전쟁은 새로운 원한만 조장하게 된다”고 우려하면서 법구경(法句經) 제1장 다섯째 구절을 들려주었다.

‘원한은 원한에 의해서는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그 원한을 버릴 때만 원한은 해소된다. 이것은 변치않는 영원한 진리다.’

스님은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식 생활방식은 ‘남을 이해하지 않는 배타적 탐욕’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의 28%를 미국이 뿜어내고 있고 세계에서 하루에 3만5000명의 아이들이 굶어죽고 있는데 육식을 즐기는 미국에선 수확한 곡물의 80%를 가축사료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한인신도들에게 스님은 ‘무소유’ 삶을 당부했다. “삶을 얻은 것은 행운이며 이를 헛되이해선 안됩니다. 마음의 평화가 우선입니다. 절제와 분수를 알아야 합니다.”스님은 법회직후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부근의 월든호수 방문길에 올랐다. 150년전 이곳에서 통나무집을 짓고 2년간 살았던 미국의 명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생활신조도 ‘삶을 간소화하라’는 것이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