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常委 예산심사 ‘돈잔치’ 정부案보다 4兆 늘려

입력 | 2002-10-28 18:20:00


국회가 정부의 2003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정부안보다 4조2159억원(3.7%)이나 예산규모를 늘림으로써 ‘흥청망청 선심성 예산짜기’란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측은 당초 111조6580억원의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국회 각 상임위는 115조8739원으로 증액해 지난주 예결위에 넘겼다.

이는 최근 5년간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늘어난 정부안 대비 평균 증액비율 1.8%보다 무려 두 배나 큰 것이다. 더욱이 16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예산을 삭감한 곳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 정치권이 담합해 국민세금을 낭비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이 같은 현상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탈당 이후 여야의 개념이 사실상 사라진 데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자 한나라당측도 방만한 예산심사를 견제하기보다는 표를 의식해 선심성 예산짜기에 가세한 결과로 분석된다.

국회는 28일 예결위를 다시 열어 11월8일까지 상임위가 심의한 예산안을 최종 심사할 계획이지만 예산심사보다는 북핵문제를 비롯한 정치현안에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여 실질적인 심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상임위별로 보면 운영위의 경우 이달 초 내년 국회예산을 심의하면서 정부안인 2467억원보다 66억원을 증액해 “자기 예산일수록 엄격히 심의해야 하는데도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증액분에는 △국회가 정부에 신청하지 않았던 여성의원용 사우나설치비(5억1000만원) △기획예산처가 전액 삭감해 제외될 뻔했던 의정보고서 인쇄비 13억6500만원(의원 1인당 500만원)이 들어갔다.

이 밖에도 건설교통위는 9898억원, 농림해양수산위는 9019억원, 국방위는 5344억원을 각각 증액시켰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도 긴축예산을 짜려는 의지가 없었지만 우리 당내에서도 ‘대선에 이길 경우 내년 예산은 우리 몫이 될 것인 만큼 인심을 쓰는 것이 좋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대부분의 의원들이 대선 1년 후 치러질 2004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지역예산 따내기를 위해 상임위에서 끼워 넣기를 하는 것도 예산규모가 늘어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예결위의 예산안 최종조정 과정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지역예산 끼워 넣기’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예결위에서는 상임위가 증액시킨 예산안의 일부를 삭감하면서 같은 액수만큼 예결위원들의 자기 지역 예산 끼워 넣기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며 “같은 현상이 이번에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상임위의 정부예산안 심의결과(단위:억원)

상임위

2003년

정부안

상임위

증액규모

2002년

정부안대비

증액규모

운영

31,838

66

(-)1.9

법제사법

19,382

5

(-)2.3

정무

26,903

74

968

재정경제

61,995

17

(-)5,747

통외통상

10,750

15

(-)980

국방

164,828

5,344

 

행정자치

191,195

5,459

882

교육

201,652

3,263

1,772

과기정통

16,006

139

131

문화관광

14,731

1,497

1,313

농해수산

84,333

9,019

6,027

산업자원

33,163

3,343

4,097

보건복지

84,835

3,483

1,505

환경노동

9,545

398

377

건설교통

154,920

9,898

10,971

정보

-

-

-

여성

435

139

-

합계

1,116,580

42,159

20,278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