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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할리우드는]예고편 ´60초의 전쟁´

입력 | 2002-10-28 18:26:00

올해 ‘골든 트레일러 어워드’에서 최고의 트레일러로 꼽힌 영화 ‘로열 테넌바움’/동아일보 자료사진


“에드, 우리는 쇼 비즈니스를 하는거야. 외관이 중요하단 말야. 네가 좋게 보이고 말만 잘하면 사람들은 뭐라도 다 삼킬 거라구.”(영화 ‘에드 우드’에서 크리스웰이 에디에게 던지는 충고).

이 충고는 어리숙한 영화감독 에드 뿐 아니라 영화에도 해당된다. 영화가 ‘동영상’의 면모를 갖추고 공개되는 첫 외관은 트레일러(Trailer·예고편)다. 이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기본 흥행은 보장된다고 봐도 좋다. 관객들에게 직접 어필하는 트레일러는 영화를 타깃 관객에게 알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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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레일러? 트랙터!

영화 ‘스파이더 맨’에 지명도가 낮은 배우 토비 맥과이어가 캐스팅됐을 때, 네티즌들은 ‘스파이더 보이’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스파이더 맨’ 트레일러가 공개된 뒤 비아냥이 싹 가시고 열광적 기대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소니 픽처스는 최근 각국의 미디어를 초청해 ‘미녀 삼총사 2’의 트레일러를 공개하는 시사회를 열었다. 우수 트레일러를 시상하는 ‘골든 트레일러 어워드’처럼 트레일러를 하나의 작품처럼 대접하는 이벤트도 생겼다. 미국 인터넷 예매사이트 ‘무비인포네’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가장 많은 78%가 트레일러를 통해 영화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1912년 처음 등장한 트레일러는 원래 ‘(다른 차에) 끌리는 차’라는 뜻 그대로 본 영화 상영 뒤에 붙던 것. 68년 성공을 거둔 ‘악마의 씨’ 트레일러 이후 현대적 트레일러들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이제 트레일러가 아니라 ‘트랙터 (Tractor·견인차)’로 불러도 좋을 만큼 트레일러 상영은 극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다.

# 2: 미끼를 던지고 얼굴 바꾸기

할리우드에서 트레일러는 본 영화만큼 신중하게 다듬어진다. 트레일러 제작비는 평균 50만 달러. ‘스파이더 맨’ 트레일러는 2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요즘은 예술영화도 액션 영화처럼 장면 전환이 빠른 트레일러를 만든다. 실제 영화와 다른 트레일러로 미끼를 던지는 ‘베이트 앤 스위치(Bait-and-Switch)’ 전략이다.

롤스로이스 승용차가 경쾌한 음악에 맞춰 날렵하게 미끄러져 들어오는 ‘고스포드 파크’의 트레일러는 영화에 없는 장면. ‘뷰티풀 마인드’의 트레일러는 영화를 로맨틱 스릴러처럼 보이게 했고 ‘스노우 독’ 트레일러도 실제와 달리 말하는 개가 나오는 것처럼 제작됐다.

대작 영화의 경우, 영화사들은 3∼5개 제작사에 주문해 만든 트레일러 중 엑기스만 골라 재편집하는 ‘프랑켄슈타인 트레일러’를 만들기도 한다.

# 3: 트레일러 전쟁

미국 영화협회가 정한 트레일러의 최장길이는 2분 30초. 상영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요즘은 60초짜리 짧은 트레일러가 유행이다. 영화 한 편당 5∼7개의 트레일러가 붙는데, 이중 배급사의 트레일러 2개를 제외한 나머지 3∼5개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지난해 소니 픽처스는 자사의 영화 ‘애니멀’ 트레일러를 ‘미이라2’의 앞에 틀어주는 대가로 4개의 극장 체인에 10만 달러의 ‘뇌물’을 줘 말썽을 빚었다.

이같은 ‘관행’은 다른 영화사들도 현금만 안줬다 뿐이지 마찬가지. 20세기 폭스는 자사의 트레일러를 특별히 배려하는 극장 매니저에게 마일리지 점수를 주고 TV 등 경품으로 교환해주기도 한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