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4일 건설교통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안으로 확정 발표한 ‘국회제출 2003년도 건교부 소관예산(안)’에 충주 달천댐 기본설계비 27억원이 포함됐다. 이는 건교부가 불과 1년 만에 충북도는 물론 관련단체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달천댐을 재추진한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지역주민을 무시한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건교부는 이에 앞서 1999년 11월10일자로 충주환경운동연합에 ‘달천댐 건설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현재 댐 건설에 관한 구체적 계획이 없으며 댐 건설 계획단계부터 지역주민과 해당 지자체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댐 건설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또 2001년 8월13일자로 보낸 건교부 장관 명의의 ‘연풍 및 달천댐에 대한 질의 회신’에서도 ‘댐 건설 장기계획 수립을 위해 현재 12개의 댐 후보지를 선정해 해당 지자체와 협의 중에 있으나 달천댐은 협의 대상 댐 후보지에서 제외됐으며, 이번 댐 건설 장기계획에도 포함시키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오장섭 건교부 장관은 환경운동연합과 주민대표들 앞에서 이와 유사한 약속을 한 적도 있다.
사실 충북은 그동안 충주댐과 대청댐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보아왔다. 거대한 댐 탓에 대를 이어 살아온 정든 고향이 물에 잠긴 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몰과 수질 보전을 위한 각종 규제로 댐 주변 자치단체는 지역발전에 큰 손해를 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이주로 인한 인구감소, 수려한 자연과 문화자원의 수몰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번 홍수 때 엄청난 폭우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이 재앙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충주댐과 소양강댐 때문이었다. 두 댐이 없었다면 수도권은 상당한 수해가 있었을 것이다.이와 관련, 수자원공사는 이들 댐으로 인해 막대한 수익금을 얻고 있지만 댐 피해지역에 돌아오는 돈은 턱없이 적다. 지난해 충주댐 수익금 807억원 중 댐 피해지역(충주 제천 단양)에 환원된 돈은 불과 18억원에 불과하다.
강 하류에 형성된 거대 도시의 유지를 위해 상류지역에 댐을 건설해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가령 수해방지로 인한 이익을 계량화해 ‘수해 방지세’를 신설하고 다목적댐의 전기·물 판매 수익금 일체를 피해지역으로 환수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댐 건설을 말하기 전 현실과 동떨어진 관련법을 대폭 개정하고 댐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뒷받침되지 않는 댐 건설 추진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살 게 분명하다.
충북은 충주댐과 대청댐으로 북부와 남부지역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만약 달천댐 건설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중부지역의 아름다운 산천마저 수몰될 것이 자명하다. 건교부는 지역주민들에게 ‘댐 건설 장기계획’에서 밝힌 달천댐 제외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박일선 충주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