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주요 산업시설을 방문중인 북한의 경제시찰단을 보는 우리의 심경은 착잡하기만 하다. 북한정권은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그들이 보낸 대표단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전국 각지의 산업체와 관광지로 안내해야 하는 현실적인 괴리를 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에 대한 우려는 우리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한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일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27일 공동으로 북한에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포기를 촉구했다. 북한의 핵무장 시도를 좌시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의지가 더욱 명확하게 천명된 것이다.
비록 북한 시찰단이 우리의 앞선 경제를 배우기 위해 진지한 자세로 방문을 계속하고 있지만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흉금을 털어놓고 흔쾌한 마음으로 윈윈게임을 지향하는 실질적 남북교류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진정 남한을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송이가 아니라 핵 포기 선언을 선물로 가져왔어야 했다.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는 한 송이는 우리에게 귀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핵폭발의 버섯구름을 연상케 할 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한가롭게 북한이 보낸 송이를 음미하며 고마워하겠는가.
한미일 3국 정상과 APEC 정상들이 북한에 대해 핵 포기를 촉구하면서 북한이 호응할 경우 얻게 될 ‘경제적 혜택’을 언급한 것도 핵과 경제협력을 분리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임을 북한은 유념해야 한다.
더구나 이번 시찰단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張成澤)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장관급이 5명이나 포함된 북한 정권의 실세 대표단이다. 시찰단은 경제만 볼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남한과 세계의 분노도 정확하게 파악해 김 위원장에게 가감없이 보고하기 바란다. 현장에 가서 보고 듣고 배운 바를 그대로 보고하라고 파견된 것이라면 시찰단은 정말 그렇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