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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25시]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그들만의 리그’

입력 | 2002-10-28 19:03:0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쌀쌀한 날씨 만큼이나 썰렁하다. 푸짐한 잔치상을 펼쳐놨는데 정작 손님은 모이지 않는 형국이다.

기아-LG의 플레이오프 2차전 취재를 위해 광주 구장을 찾았던 기자에게 아주머니 몇 명이 다가오더니 “표 필요하면 정가에 주겠다”고 했다. 관중이 적어 미리 확보해 둔 암표가 휴지조각이 될 상황이라 본전만이라도 챙기려고 서두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지난 주말 광주에서 열린 기아와 LG의 플레이오프 2경기는 최고의 흥행카드로 꼽혔으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5년 만에 광주에서 열리는 포스트시즌으로 구름 관중을 예상했지만 1차전에서 5745명, 2차전에서 6126명만이 입장했을 뿐이었다.

쌀쌀한 기온에 강한 바람까지 불었던 탓도 물론 있다. 게다가 한국야구위원회가 정규리그 때 일반석 5000원, 지정석 8000원이던 입장권 가격을 포스트시즌 들어 1만2000원, 2만원으로 올린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관중격감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페넌트레이스의 일정 변경이다. 월드컵과 아시아경기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고 그 경기 일정을 무리하게 소화하려고 리그 운영을 파행적으로 하다 보니 관중이 프로야구를 외면하게 되었다는 것이 야구인들의 지적이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 프로야구만 해도 페넌트레이스 일정이 외부 요인에 의해 흔들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프로야구가 튼튼하게 뿌리내린 까닭도 있지만 팬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게다.

한국야구위원회 측은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아직 우리 프로야구의 뿌리는 허약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 핑계만 대기 보다는 ‘잔치상만 열어놓으면 손님은 온다’는 식의 안일한 상황인식을 먼저 반성해야하지 않을까.

포스트시즌 20년 역사상 처음 평균관중 1만명을 밑도는 최악의 흥행 참패가 예상되는 올 프로야구. ‘가을 축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텅 빈 야구장에서 그래도 입김을 불어가며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안쓰럽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