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중앙선대위 전체회의에는 2명의 ‘낯선’ 인물이 참석했다.
당 내분 속에서 중도적 입장을 견지하며 노 후보측과 ‘거리두기 행보’를 해온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이 그 중 한 사람. 여기다 현직 판사로 재직하다 법복을 벗고 이날 노 후보 진영에 합류한 박범계(朴範界) 전 대전지법 판사는 현직 공직자로는 노 후보 진영에 참여한 첫 인사란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노 후보 진영은 우선 당연직 상임위원이면서도 선대위 회의에 거의 불참했던 한 최고위원의 참석에 적잖이 고무된 눈치다. 실제 한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노 후보가 당의 후보인 만큼 노 후보를 중심으로 노력하는 것이 당원으로서 지켜야 할 입장”이라며 독려성 발언을 했다.
이런 한 대표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여전히 불투명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한화갑(韓和甲) 대표와의 차별화 행보를 시작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는 선대위 회의가 끝난 뒤 “한 대표의 태도가 모호하다”며 한 대표를 겨냥한 뒤 “후보단일화는 필요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또 최선의 방안은 우리 당 후보로 단일화하는 것이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이날 노 후보 법률특보로 임명된 박 전 판사는 검정고시 출신. 연세대를 졸업한 뒤 사시 33회에 합격해 94년부터 서울지법 남부지원, 서울지법, 전주지법 판사 등을 지낸 ‘386세대’ 법조인이다. 96년 서울지법 판사로 재직하던 중 한총련 학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박 전 판사는 “80년대의 열망이 냉소 절망으로 변하는 상황을 지켜볼 수 없었다”며 김민석(金民錫) 전 의원의 탈당이 합류를 결심한 원인 중의 하나임을 시사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