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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억 지원결정 누가 결정했나 "王회장 지시 가능성"

입력 | 2002-10-28 19:12:00


정몽준(鄭夢準·전 현대중공업 고문) 의원은 98년 4∼11월에 일어난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 어느 정도 관련돼 있을까.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이 “정 고문이 아니면 현대중공업이 1880억원을 현대전자 주가관리에 지원할 수 없었다”고 주장함에 따라 정 의원의 개입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증권계와 현대그룹 주변에선 정 의원이 당시 큰 역할을 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고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이 건재해 ‘왕회장’의 지시가 그룹 기조실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집행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이 현대중공업 고문 직함을 갖고 있다 해도 수천억원을 이동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왕회장의 지시가 열쇠〓

당시 현대그룹 금융계열사에서 고위 임원을 지낸 A씨는 “현대전자 주가조작에 현대중공업 자금이 지원된 것은 정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계열사 가운데 자금 여유가 있는 곳은 현대중공업밖에 없어 중공업에서 1880억원이 지원됐는데 몽준씨는 이에 대해 기분 나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전 회장은 96년 현대증권 사장이 된 이후 그룹의 금융 부문을 지휘하여 국민투신을 인수하고 그룹의 운영위원으로 현대전자의 LG반도체 인수, 대북사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해 2000년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며 △당시 현대중공업은 그룹 보유 주식이 30%를 넘어 경영이 그룹에 의해 이뤄졌고, 특히 계열사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그룹 결정이었으며 △사법 당국에서도 99년 9월 현대중공업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이 전 회장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전 회장의 사감(私感)?〓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정 의원의 개입을 주장하는 것은 그의 사감과 정 의원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는 개인적 신념에 따른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가신 중의 핵심이었으나 지금은 현대 오너 일가와는 등을 돌린 상태.

현대 관계자는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때 이 전 회장이 전적으로 책임을 떠맡았으나 이후 현대측에서 특별한 보상을 받지 못해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