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경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교육정보실에서 전자칠판을 보며 수업을 하고 있다. - 전영한기자
이준석군(12)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글과 사진을 보고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깨닫게 됐다”며 “자료를 직접 찾아보니까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지식정보화 사회의 학교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지정한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 학교 모형 연구학교’인 휘경초등학교에서 어렴풋이나마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학교는 이날 전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 등을 초청해 학교와 수업 장면을 공개하는 보고회를 가졌다. 교육부는 올해 이 학교를 비롯해 인천 영흥, 울산 삼산, 경기 성포, 강원 원주, 충북 미원, 충남 덕산, 전북 장수, 전남 보성, 경북 춘양 등 전국의 10개 초등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했다. 내년에는 서울 한산중 등 전국의 10개 중학교를 추가로 지정할 계획이다.
▽칠판 분필 없는 교실〓5학년 수학시간. 교사가 대형 프로젝션TV를 컴퓨터에 연결한 ‘전자칠판’을 이용해 삼각도형의 밑변을 구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그림이나 글, 도표 등을 모니터를 통해 직접 보며 선생님의 설명을 듣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모든 교실에는 노트북 컴퓨터가 6대씩 배치돼 있다. 인터넷이 무선으로 연결돼 있어 학생들은 컴퓨터를 들고 자리를 마음대로 옮겨 다니면서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
학생들은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파워포인트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든 뒤 교실에 있는 대형 TV에 연결해 급우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 학부모들은 가정에서 자녀의 교실 수업을 인터넷으로 볼 수도 있다. 학교 측은 내년에 교내에 인터넷 방송국을 개국해 실제 수업장면을 학부모에게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학생들은 집에서 수업내용을 다시 보며 복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식정보화 교육센터〓휘경초등학교의 도서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적절하게 연계된 형태로 운영된다. 도서실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각종 정보를 검색하고 가공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 내는 교육정보실로 탈바꿈시켰다.
이 곳에는 정기간행물과 백과사전을 포함한 장서 6000권과 함께 컴퓨터 11대, DVD 시설을 갖춰져 있다.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전자책(e-book) 500권이 탑재돼 있어 학생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언제든지 참고 자료로 열람할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해 독서 감상문을 쓰거나 책을 읽고 저자에게 e메일을 보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학습자료 제작실은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눈에 띈다. 자료 제작실에는 8대의 컴퓨터와 컬러 프린터, 스캐너 등이 설치돼 있고 교사의 작업공간과 학생의 작업공간이 분리돼 있다.
▽복도도 교실처럼〓4학년 교실 복도. 학생들이 무선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노트북 컴퓨터를 통해 영어로 만든 ‘심청전’ 애니메이션을 보며 영어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학교에서는 복도 역시 교실 못지 않은 훌륭한 교육 공간이다. 학년별 복도마다 ‘영어전용구역’이 설치돼 있고 독서코너, 창의력 코너 등 각 학년에 맞는 교육 환경으로 꾸몄다. 특히 1학년 복도는 유치원과 비슷한 모습으로 꾸며 갓 입학한 어린이들이 갑자기 바뀐 환경 때문에 당황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학부모 ‘대만족’〓이날 학교 행사에 안내 도우미로 봉사활동을 하던 학부모들은 “우리 학교는 사립보다도 교육 환경과 내용이 우수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부모 최유선씨(35. 동대문구 전농동)는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학부모들도 학교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30여명이 매일 낮 12시반부터 오후 4시까지 교육정보실에서 명예교사로 근무한다. 또 교사 요청이 있을 때마다 보조 교사로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하는 등 평소에도 일손이 필요할 때마다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임무영(林茂永) 교장은 “학교 환경이 개선되면서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자긍심이 높아졌다”며 “학교 시설을 지역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