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키냐르가 28일 파리의 노천 카페에서 공쿠르상 수상소식을 전해 듣고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파리로이터뉴시스
올해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상’ 수상의 영예는 ‘방황하는 그림자들(Les Ombres errantes·그라세 출판사)’을 쓴 파스칼 키냐르(54·사진)에게 돌아갔다.
공쿠르상을 수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는 28일 “3번의 투표 끝에 심사위원 10명 가운데 6명의 찬성으로 키냐르씨의 수상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서로 관련 없는 허구와 실재, 역사적 사실과 개인적 명상의 편린들을 작가의 사유의 흐름에 따라 섞어놓은 이 작품은 탁월한 묘사와 사유의 깊이 때문에 비평가들로부터 공쿠르 1순위로 꼽혀왔다.
다만 전통 소설 작법에서 벗어난 이 현학적인 작품이 보수적인 공쿠르 심사위원들의 낙점을 받을 수 있느냐가 마지막 관건이었다. 그러나 한 심사위원이 문예지 ‘리르(Lire)’와 가진 최근 인터뷰에서 “공쿠르는 상상력을 동원한 모든 종류의 산문 작품에 열려 있다”고 밝혀 일찌감치 그의 수상이 예견됐었다.
작가 개인적으로는 1991년 ‘세상의 모든 아침(Tous les matin du monde)’이 수상 문턱까지 갔다가 좌절된 이후 11년 만의 영예다.
공쿠르상은 1150개나 되는 프랑스 문학상 가운데 으뜸인 ‘상 중의 상’ 이다. 공쿠르상 수상자는 사실상 그 해의 최고 작가로 자리매김된다. 마르셀 프루스트, 앙드레 말로, 시몬 드 보부아르,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 거장(巨匠)이 공쿠르를 거쳤다.
상금은 지난해 50프랑(7.62유로·약 9100원)에서 올해는 유로화로 바뀌면서 10유로(약 1만2000원)로 ‘인상’됐다. 상징적인 액수지만 수상작은 평균 60만부 이상 팔리고 30여개 언어로 번역된다. 거기서 나오는 인세 수입만으로도 수상 작가는 평생 글만 쓰면서 살 수 있다.
당연히 출판사에도 ‘대박’을 보장한다. 르몽드지는 ‘한 권의 공쿠르상 수상작은 출판사에 풍요롭고 아늑한 한 해를 보장한다’고 썼다.
한편 같은 날 발표된 르노도 문학상은 공쿠르상 후보작이기도 했던 제라르 드 코르탄즈의 소설 ‘아상(Assam)’이 차지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