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콘서트에서 하이든, 알베니즈, 리스트의 작품을 선보이는 피아니스트 김혜정. - 사진제공 크레디아
“평생 연주생활을 하기로 다짐한 만큼 한 가지 이미지에 갇히기는 싫습니다. 어떤 레퍼토리라도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죠.”
29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피아니스트 김혜정(35). 90년대에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등 육중한 대곡을 들고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잇단 협연무대를 가지면서 그의 이름에는 ‘대형’의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안정된 테크닉과 힘을 바탕으로 한 선 굵은 연주가 인상적이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요즘 그는 ‘부드러운 여자’다. 국내 음반사인 예당 클래식스에서 내놓은 폴란드 크라코프 국립 교향악단 협연의 음반에서도 낭만주의 중기의 가벼운 서정미가 어필하는 멘델스존의 협주곡 1·2번을 연주했다. 자주 갖는 관현악 협연 무대와 달리 서울에서 4년 만에 갖는 독주회의 첫 메뉴도 ‘은쟁반 위 옥구슬’처럼 한없이 가벼운 하이든 소나타 E플랫장조를 골랐다. 리사이틀 끝 곡은 예의 육중한 리스트 소나타 b단조이지만, 중간 순서는 이베리아의 햇살이 작렬하는 듯한 알베니스의 소품 세 곡(론데나·아스투리아스·나바라)이다.
“원래 중간에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7번을 넣으려 했어요. 그런데 이 곡 역시 만만치 않은 대곡이잖아요. 후반을 리스트의 대곡으로 장식하려니, 중간에 색채감이 있는 곡을 넣으면 관객들이 더 만족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알베니스의 세 곡에 대해 “청량제 같은 느낌의 흥겨운 곡이 될 것”이라며 “색다른 테크닉을 많이 발휘해야 해 연습하는 데 제법 애를 먹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최근 상하이 필하모닉과 협연한 라벨 피아노협주곡 연주 결과가 좋아 한국 팬들 앞에서도 선보일 방법을 찾고 있다며 환하게 웃는 그에게서 20대와 다름없이 구김살 없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2만∼4만원. 1588-1555, 789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