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환위기 때 유행했던 '체인 메일'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체인 메일(Chain Mail)이란 수신자에게 똑같은 내용의 e메일을 수 백∼수 천명에게 전달(포워딩)하라고 권유하는 내용의 인터넷판 '사랑의 편지'. 메일을 받은 사람이 메일에 적힌 4∼6명의 계좌로 수 천원을 입금하고, 목록에서 첫 사람의 이름을 지우고 맨 뒤에 자기 이름을 추가한다. 그 다음 이 메일을 수 천 명의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면 수 개월 안에 수 억원을 송금 받을 수 있다는 것.
홈페이지 개발업체 A사의 이모 팀장(34) 등은 "최근 '8000원으로 3억 벌어준다'는 등의 제목을 단 메일을 하루 10여통씩 받고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정보기술(IT) 업계 임직원 20여명에게 "오늘 받아 놓은 메일 중 지우지 않고 갖고 있는 체인메일을 골라 보내달라"고 요구하자 2분여만에 100여통의 체인메일이 전달됐다.
무료 이메일 제공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측은 "메일은 내용을 열어볼 수가 없어 체인메일 유통실태를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때는 실직 등으로 인한 생활고를 반영하듯 체인메일이 크게 유행했으나 인구가 무한대여야 한다는 논리적 모순이 밝혀지면서 '인기'가 수그러들었다.
그런데도 다시 고개를 드는 체인메일 열풍에 대해 PSI컨설팅 이석재소장(전 한국전산원 연구위원·사회심리학박사)은 "최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복권을 사는 심정으로 체인메일을 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