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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주가따라 매출 달라지는 상품은…

입력 | 2002-10-29 18:09:00



유통업계에서는 주가와 관련해 여러 가지 속설이 회자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아동·스포츠용품과 숙녀복 남성복 등 의류는 주가 움직임에 따라 매출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복은 주가 700선을 기준으로 ‘냉탕’과 ‘온탕’으로 엇갈린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런 속설은 그동안 데이터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현장 직원들의 오랜 경험을 근거로 한 ‘경험칙(經驗則)’으로 자리잡았다. 매출목표를 정할 때 ‘주가가 뛸 것(혹은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므로’ 등의 수식어도 자주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 신헌(申憲) 마케팅담당 상무는 “백화점 물건 가운데 일부는 주가를 꽤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면서 “다만 상품마다 반영하는 정도와 시기 등 패턴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와 상품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롯데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이마트의 상품별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양자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주가의 장단에 춤추는 상품들〓 현장의 감(感)은 정확했다. 2000년 2월부터 2002년 8월까지 31개월 동안 롯데백화점 주요 상품의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 신장률과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월말 종가기준)를 비교해보니 아동·스포츠용품은 주가가 100 움직일 때 같은 방향으로 77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단히 밀접한 관계다.

신사복과 숙녀복도 주가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했다. 주가가 100 등락하면 같은 방향으로 각각 47과 35씩 오르내렸다. 이들 상품도 주가가 뜰수록 매출이 늘어나는 상품이라는 얘기다.

현대백화점 매출데이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롯데보다는 상관관계가 덜 밀접했다. 아동·스포츠복 신사복 숙녀복은 주가가 100 등락할 때 각각 57, 45, 13씩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업계에서는 현대 고객이 롯데보다는 고급소비층이어서 주가에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풀이했다.

고급일수록 주가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은 명품과 주가의 관계에서 확인된다. 명품은 주가가 100 움직일 동안 5 정도로 움직여 상관관계가 미미했다,

반면 어떤 상품은 주가와 거꾸로 움직였다. 이마트의 조리용기는 주가가 100 증가할 때 32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품은 주가가 떨어지면 오히려 더 잘 팔리는 속성을 지닌다는 뜻. 이마트 김대종(金大鍾) 조리용기담당 과장은 “경기에 따라 외식을 줄이거나 늘리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박진(朴進)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뜰 때는 아동스포츠 매장을, 가라앉을 때는 조리용기 매장을 늘리는 등 주가에 따라 매장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대단히 흥미로운 분석”이라고 말했다.

▽같지만 다르다. 뚜렷한 ‘삼물삼색(三物三色)’〓아동·스포츠용품 숙녀복 신사복은 주가 흐름에 뚜렷이 영향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아동·스포츠용품은 유통가의 ‘효자상품’. 주가 상승기에는 매출이 가파르게 치솟았고 하락에도 다른 상품에 비해 비교적 완만하게 떨어졌다. 현대백화점 권태진(權泰鎭) 아동복 바이어는 “아동복은 매출이 오를 때는 20∼30%씩 오르나 내릴 때는 10% 이상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사복은 주가 하락에 특히 민감했다. 2000년 초 주가가 정점을 찍고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을 때 이 상품의 매출은 다른 상품보다도 월등히 떨어졌다.

롯데백화점 박성진(朴晟鎭) 신사정장 담당 바이어는 “주가 상승시에는 아동복→숙녀정장→남성정장의 순으로 매출이 늘어나고 하락시에는 남성정장→숙녀정장→아동복 순으로 매출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 정운수(鄭運洙) 과장도 “가계소득이 줄면 남편이 옷을 사는 것을 먼저 줄이는 만큼 일리 있는 결과”라면서도 “다만 특정상품 매출 추이로 주가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느냐 등은 보다 정밀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편 신사복은 주가 700선을 기준으로 움직임이 달라졌다. 이번 분석에서 주가가 700선 이상인 때는 모두 14개월. 이 가운데 신사복이 숙녀복 신장률을 웃돈 달은 11개월로 80% 수준이었다. 반면 700선 이하였던 17개월 동안에 신사복 신장률이 숙녀복을 앞지른 비율은 47%(8개월)였다.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