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다 결과론 아니겠어요.”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기아 김성한 감독은 입이 한자나 튀어나왔다. 최근 주위에서 자신의 작전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기 때문.
특히 2차전에서 4-2로 앞선 9회 1사 2,3루에서 고의 볼넷을 내준 게 도마에 올랐다. 김감독은 “동점주자였다는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병살타가 나왔다면 뭐라고 얘기하겠는가. 만루작전을 잘 썼다고 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다 결과만 보고 말한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감독은 선수로 포스트시즌에 숱하게 출전했지만 사령탑으로선 이번이 처음. 때문에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초미의 관심거리다. 이런 가운데 경기를 지휘하다보니 부담이 안 생길 수가 없다.
플레이오프전을 통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드러나긴 했지만 한 가지 그가 지조있게 지켜나가는 게 있다. 선수들에게 맡기고 스스로 경기를 풀어나가게 만드는 ‘자율야구’가 바로 그것. 2차전에서 초반엔 번트를 대긴 했지만 연장전에서 두차례 잡은 만루기회에서 ‘끝내기 스퀴즈 번트’를 지시하지 않은 게 그 예다. 3차전에서도 숱한 찬스를 맞았지만 끝내 희생번트를 시키지 않았다.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뉴욕 양키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리드를 잡은 8회 마무리 퍼시벌을 등판시키지 않고 패했다. 그는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이 한마디로 일축했다. “퍼시발은 1이닝이 한계다.”
김 감독은 3차전이 끝난 뒤 “공격적인 야구를 하기 위해 번트와 히트 앤드 런 작전을 자제했다”고 밝혔다. 비록 ‘초보’지만 지조와 원칙을 지켜가는 김성한감독의 뚝심은 높이살 만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