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PC 제조업체 델(Dell)사의 마이클 델 회장(사진). 한국 영업 점검차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그는 30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11월 중순 중소기업용 제품군을 새로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11월 델이 내놓는 중소기업용 제품은 데스크톱 PC ‘디멘션(Dimension)’ 시리즈.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싼값에 비해 성능이 안정된 것으로 알려진 델의 히트작이다. 델 회장은 “‘정보기술(IT) 천국’인 한국에서는 중소기업들도 곧 활발하게 IT를 생산활동에 접목하기 시작, 값싸고 질 좋은 컴퓨터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C시장이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도 델은 3·4분기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 증가했다. 1998년 12달러선에서 거래되던 주식도 최근 들어 28달러까지 값이 올랐다.
반면 한국에서 델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서버 시장에서만 2, 3위 정도로 선전하고 있을 뿐 주력상품인 노트북과 PC시장에서는 7∼10위권을 맴돌고 있다.
하지만 델 회장은 “소비자들이 델의 가치를 아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라며 느긋한 표정이다. 델은 본사와 고객, 부품업체를 연결하는 인터넷 네트워크로 부품 재고를 4일치 수준으로 유지한다. 맞춤 PC를 주문받아 5일 이내에 배달해 주는 ‘유통혁명’으로 IT로 생산성을 향상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회사.
델 회장은 “한국은 생산성이나 가격 품질보다는 고객과 회사의 관계가 중요한 시장”이라며 “델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연말부터는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했다.
델 회장은 1984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의대를 중퇴한 뒤 ‘유통과정 없이 PC를 직접 팔겠다’는 아이디어와 단돈 1000달러(약 120만원)로 창업해 첫해 매출액 600만달러를 기록한 기린아. 최근 3·4분기 델의 매출액은 311억달러(약 39조원)이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