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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상행 에스칼레이터 오른쪽이 '명당'

입력 | 2002-10-30 18:26:00


백화점 매장은 ‘쇼핑 과학’의 교과서라고 합니다. 고객의 동선(動線)과 행동 유형을 철저히 분석해 지어지기 때문이죠.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층을 올라선 고객 가운데 70% 정도는 곧장 앞을 향하거나 오른쪽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상행선 에스컬레이터의 오른쪽 방향은 유명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는 ‘로열박스’가 됩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사람들의 우측 통행 습관을 이용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서 오른손을 뻗어 닿을 만한 곳에 가로 50㎝ 정도에 불과한 작은 진열대를 설치해 하루 3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고 합니다.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도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을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5초 정도.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옆에 거울이 있습니다. 거울에 시선이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죠. 거울을 보다가 10초에서 14초가 지나면 이번에는 행사 광고가 나타납니다. 고객들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릴 때 광고의 잔상(殘像)에 이끌려 발길을 돌리도록 하기 위해서죠.

매장 진열대에도 계산이 숨겨져 있습니다. 현대백화점 성인의류 매장 진열대 높이는 140∼160㎝, 아동복은 120∼135㎝입니다. 고객의 키를 고려한 것이죠. 구두 매장 진열대 높이는 평균 135㎝랍니다. 고객이 자신의 신발과 새 신발을 비교할 수 있도록 낮은 위치에 놓은 것이죠.

참, 백화점에서 시계나 창문을 보셨나요. 백화점은 시간의 흐름을 숨기는 완벽한 세트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에 쫓겨 잠시 들르는 고객이 많은 은행 주변 점포에 고객이 많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죠. 백화점에서 쇼핑하다가 늦었다는 사람들의 변명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