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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도산법 각계 반응]"채권-채무자 모두 이익" 환영

입력 | 2002-10-30 18:55:00


정부가 이르면 내년 중 ‘통합 도산법’을 만들어 개인회생제도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과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채무자들이 일부러 남의 돈을 갚지 않으려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하지만 신용위험이 갈수록 커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산업계와 금융계는 통합 도산법에 들어있는 기업 회생과 청산 절차에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양측 모두 불만이 적지 않아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개인회생제도〓소비자보호원 법령정비기획단 장수태(張壽泰) 부장은 “현행 소비자파산제도는 징벌이 너무 가혹해 채무자에게는 경제적 사회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며 “개인회생제도 도입과 함께 파산에 따른 불이익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파산’이란 봉급생활자 주부 학생 등 개인소비자가 모든 재산을 동원해도 빚을 100% 갚을 수 없을 때 법원이 현재 재산만 가지고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배당하는 제도. 파산선고를 받으면 사실상 취업과 금융기관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남은 빚을 갚을 의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법원에서 면책을 허가받으면 파산선고의 불이익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허가 요건이 까다로워 회생 기회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

개인회생제도는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봉급생활자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이처럼 가혹한 파산을 피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채권자에게 이득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예컨대 봉급생활자인 A씨의 빚이 10억원, 현재 재산이 3억원, 앞으로 5년간 소득을 통해 갚을 수 있는 금액이 2억원이라고 하자. 지금 파산선고를 하면 채권자들은 3억원을 받지만 회생제도를 적용하면 5억원을 받는다.

이 때문에 도산법은 채권자가 감정적인 이유 때문에 반대하더라도 법원이 채권자에게 경제적 이득이 되는지를 따져 회생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기업 회생과 청산제도〓산업계는 기업 갱생을 북돋우는 방향으로 법을 통합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경영진의 큰 잘못이 없으면 경영권을 계속 행사하도록 하는 미국식 DIP(Debtor In Position)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기업들이 부실을 키우지 않고 빨리 정리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

그러나 새 법안에 기업의 회생과 파산을 결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은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金奭中) 경제조사본부장은 “정부 초안은 법원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했다”면서 “기업 회생과 퇴출은 시장원리에 따라 시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회생을 신청한 기업에 대해 법원이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정리절차 개시 후 법원이 7일 내에 채무 정지 등을 판결하는 것을 정리절차 개시와 동시에 자동 시작되도록 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계는 “부실기업 소유주들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삼는 기존의 화의제도는 문제가 많았다”며 화의제도 폐지를 환영했다. 또 부실기업 처리 절차가 빨라지는 점과 채권단이 회사 경영을 감시할 권한을 강화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의 자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한 시중은행의 실무자는 “지금은 채권단이 법정관리 중인 기업의 자산은 손댈 수 없지만 화의에 들어간 기업의 자산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며 “생산설비 등 회사 갱생에 필요한 자산이 아닌 비업무용 부동산 등을 팔아 채권의 일부를 신속하게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