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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40년간 독립운동 자료 모은 고교 교사 심정섭

입력 | 2002-10-30 18:59:00

애국지사의 외손자로 40여년간 항일 독립운동 관련 사료를 모아 온 심정섭씨. - 정승호기자


“항일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찾는 일은 올바른 민족정신 구현과 후대(後代)를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애국지사의 외손자로 40여년간 독립운동 사료를 모아 온 심정섭(沈禎燮·59·광주 송원여자정보고 교사)씨. 심씨의 외조부는 중국 상하이(上海)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독립운동가 백강 조경한(白岡 趙擎韓·1900∼1993) 선생으로 1962년 건국공로훈장을 받았다.

심씨는 고교 2학년 때인 1960년부터 외조부에 대한 자료를 비롯한 독립운동 사료를 모아왔다. 지금까지 수집한 사료만도 3000여점. 그의 서재에는 임시정부의 공문과 애국지사들의 친필, 사진, 문집을 비롯해 일제 강점기 때 발행된 간행물과 책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사료 중 1944년 대한민국임시의정원(현재의 국회)이 외조부에게 보낸 ‘국무위원 당선 통지서’와 임시정부 외교부장을 지낸 조소앙(趙素昻) 선생의 명함, 항일단체인 ‘대한협회’의 입회원서 등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황현(黃玹) 선생의 서신과 최익현(崔益鉉) 선생의 친필 휘호, 친일파의 거두인 이완용(李完用)과 이두황(李斗璜)이 직접 쓴 족자와 편지 등은 심씨가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한 사료들이다.

심씨는 “다섯 살 때 외조부과 함께 백범 김구(白凡 金九) 선생을 만난 뒤 직접 받은 백범 선생의 사진과 그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는 백범일지를 가장 애지중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씨는 독립운동 관련 사료를 모으면서 남모르는 어려움이 많았다. 월급은 많지 않은데 고가의 사료를 구하다보니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심씨는 “그동안 모아온 사료를 정리해 항일독립운동사를 펴낼 계획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며 “나의 뜻을 알아주는 기관이나 단체가 있다면 사료들을 기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