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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권희의 월가리포트]핼러윈데이와 '비리CEO' 가면

입력 | 2002-10-30 19:09:00


31일은 ‘핼러윈 데이’다. 아일랜드 원주민인 켈트족의 새해맞이 귀신 쫓기 행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미국 주택가엔 괴기스러운 장식들이 이달 초부터 등장했다. 관이 놓여 있는 집, 허연 거미줄과 해골로 장식한 집도 보인다. 당일 저녁엔 미국 어린이들이 드라큘라나 마녀 복장을 하고 집집마다 다니며 과자나 사탕을 얻는다. 요즘은 ‘음식테러’를 걱정하다 보니 과자보다는 1, 2달러의 현금이 더 인기다.

초등학교나 동네에선 핼러윈 가면과 복장을 차려입고 누가 더 멋있고 기발하게 준비했나 경쟁을 벌인다.

작년 ‘9·11테러’로 인기 최고였던 경찰과 소방관의 복장은 올해는 시들해졌고 ‘기업비리 주인공’의 가면이 불티나게 팔렸다. TV에 나와 ‘집 안팎을 이렇게 예쁘게 가꾸고 요렇게 맛있는 음식을 해먹으며 살아라’라고 말하는 마샤 스튜어트도 그 중 한 명. 죄수복을 입고 쇠고랑을 찬 복장이다. 그녀는 주식 내부거래 혐의로 기소가 임박한 상태다.

경제잡지 포브스의 인터넷 사이트(www.forbes.com/2002/10/28/cx…mh…1028halloween.html)는 인쇄해서 가면을 만들 수 있는 사진을 올려놓았다. ‘정말 무섭지?’라면서. 회계부정으로 월가를 소란스럽게 하고 세계 주가를 출렁이게 했던 전 최고경영자(CEO) 5명의 얼굴사진이다.

기업비리에 분노하는 미국인들의 심정이 반영된 것이지만 핼러윈 특수를 노리는 업자의 상술과 주가폭락의 화풀이 대상을 찾는 월가의 묵인이 결합된 이벤트라는 생각도 든다. 회계부정으로 몇 달간 세계가 들끓었고 ‘기업 개혁’ 목소리는 높았지만 부정의 재발을 막는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은 별로 없다.

늘 새로운 것을 찾는 월가에선 요즘 증시 부진의 이유로 회계부정을 더 이상 꼽지 않는다.

지난주 등락을 거듭하던 주가는 이번 주에도 별로 힘이 없다. 29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수준을 겨우 유지했지만 마감 1시간 반 전까지는 상당폭 밀렸다.

10월 소비자신뢰지수가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민간단체 콘퍼런스 보드의 발표가 악재였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떠받치는 민간소비가 위축된다면 경제회복이 더뎌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가 왕성한 연말을 앞두고 이런 통계가 나와 불안감이 더 커졌다.

konihong@donga.com